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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여관 주인이 서점에 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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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행자의 취향

예술문화공간 보안1942(왼쪽)와 보안여관. [중앙포토]

예술문화공간 보안1942(왼쪽)와 보안여관. [중앙포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나와 북악산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낡아서’ 눈에 띄는 건물 한 채를 만나게 된다. 통의동 터줏대감인 ‘보안여관’이다. 시인 서정주, 화가 이중섭 등 문화예술가가 묵었던 보안여관은 2004년 폐업했지만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0년 전시장으로 부활했다. 그리고 2017년 7월 다시 투숙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았다. 바로 옆에 서점·카페·갤러리를 갖춘 ‘보안1942’가 개장하면서다. 일맥문화재단 이사장이자 보안여관과 보안1942을 이끌고 있는 최성우(57) 대표는 “보안1942를 전 세계 문화예술가가 먹고, 보고, 머물고, 드나드는 일상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전 세계 예술공간을 찾아 부지런히 여행에 나서는 이 예객(藝客)의 여행법을 물었다.

프랑스 문화부 출신 최성우 이사장 #서점·시장 꼭 들러 일상 경험

여행을 자주 다니나.
"프랑스 유학 후 1992년부터 2년간 프랑스 문화부 문화정책 부문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프랑스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첨병에 발탁된 셈이다. 프랑스는 자국 문화를 알리는 외국인을 양성하기 위해 여행에 투자했다. 프랑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술관 안의 박제된 예술만이 아니라 일상의 예술을 봤다. 그때 경험으로 여행지를 가면 시장과 서점은 꼭 방문한다.”
이곳을 이끄는 최성우 일맥문화재단 이사장. [중앙포토]

이곳을 이끄는 최성우 일맥문화재단 이사장. [중앙포토]

시장이나 서점이 인상적인 여행지가 있나.
"프랑스에서는 소도시 샬롱쉬르손이 생각난다. 인적 드문 도시에 세계 최초로 사진 촬영에 성공한 조제프 니엡스(Joseph Niepce·1765~1833) 박물관이 있다. 또 1991년 개점한 리브래리 라 망드라고르(Librairie La Mandragore) 서점은 지금껏 봤던 서점 중 최고로 꼽는 곳이다. 주인이 책 한 권 한 권에 북 리뷰를 손글씨로 적어 놨더라. 시장이 매력적인 여행지로는 전남 해남을 꼽겠다. 해남읍 매일시장은 상품의 차별성이 확실하다. 전남 완도에서 온 활전복, 고흥·장흥에서 건너온 매생이를 살 수 있는 시장이다.”
여행지에서 묵는 숙소도 궁금하다.
"호텔이든 게스트하우스든, 아니면 예술가 레지던스든 숙소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구시가에 머문다는 원칙은 있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다. 요새는 현지인 집을 빌리는 에어비앤비도 종종 이용한다. 특히 지난해 아비뇽에서 빌린 에어비앤비 숙소는 최고였다.”
여행 계획이 있다면 들려 달라.
"프랑스 문화부에서 연구했던 경험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싶다. 시작은 한국 근대 역사와 문화를 품은 내 고향 부산이다. 국내 작가와 지인을 초청해 부산의 근대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부산유람단’을 조직해 떠난 적이 있다. 현재 카페로 변신한 부산 최초 서양식 병원인 백제병원, 보수동 책방골목 등을 돌아다녔다. 부산만의 유니크함을 발견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싶다. 내가 프랑스에 반한 것처럼 그 작가들이 부산을 사랑하게 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점조직이 될 수 있도록.”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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