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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어린이병원으로 ‘찾아가는 테마파크’ 100회 …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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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는 1995년 7월 20일부터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위문공연을 해왔다. 사진은 지난 26일 있었던 100회 기념 공연에서 색소폰으로 동요를 연주하는 박동기 대표. [사진 롯데월드]

롯데월드는 1995년 7월 20일부터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위문공연을 해왔다. 사진은 지난 26일 있었던 100회 기념 공연에서 색소폰으로 동요를 연주하는 박동기 대표. [사진 롯데월드]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의 공연을 보면서 장기간의 치료에 지쳐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는 걸 볼 때 저희 의료진들도 기쁨을 느끼죠.” 서울대어린이병원의 김진자(54) 간호사의 말이다. 그는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이 서울대어린이병원의 환아들을 처음 방문했던 1995년부터 근무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3차 병원이라 1차 진료를 위해 오는 아이들도 많지만 대부분 백혈병과 소아암 등 중증 환아들과 희귀질환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김 간호사는 “평소 병실 침대에만 누워 있던 아이들도 롯데월드에서 오면 복도까지 힘겹게 나와 함께 박수치고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 #1995년부터 병동 돌며 공연 #3만여 명 환아·가족들 위로 #병원, 100회 맞아 감사패 전달 #박동기 대표는 1000만원 기부

롯데월드와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5년 7월 20일 롯데월드는 ‘찾아가는 테마파크’의 일환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가 첫 위문공연을 진행했다. 지난 10월 26일 방문으로 롯데월드의 서울대어린이병원 방문 행사는 100회를 기록했다. 롯데월드의 방문은 아픈 아이들을 비롯해 보호자들, 의료진들에게까지 오랜 병원생활의 힘듦을 잠시 잊게해주는 단비 같은 행사였다.

지난 26일 있었던 100회 기념 공연 장면.

지난 26일 있었던 100회 기념 공연 장면.

롯데월드의 밴드와 마스코트인 로티, 로리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어린이 병동을 돌며 노래를 하고, 복도에서는 간단한 악기로 연주도 한다. 병마와 싸우며 침상에 누워 있던 아이들은 활짝 웃고 캐릭터들을 쓰다듬고 안아보기도 한다.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은 생일을 맞은 환아들을 위해 생일파티도 마련하고, 명절에는 캐릭터들과 함께 제기차기와 투호놀이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로 신나는 명절 분위기를 선사했다. 지금까지 공연을 지켜본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 3만여 명을 넘을 정도다.

초창기 이 행사를 주관했던 김상숙 전 롯데월드 홍보담당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롯데월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자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위문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환자로 있는 어린이병원에서 테마파크 연기자들이 위문공연을 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김 씨는 당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무균실 앞에서의 공연을 기억해냈다. 복도에서 롯데월드 공연을 보던 백혈병 환아의 엄마가 복도에 나오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무균실 앞에서 공연을 해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는 것. 김 씨는 “당시 투명한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침상에 누워 있던 아이를 위해 연주를 했을 때의 장면은 지금까지 가장 뭉클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의 일원으로 이번 100회 방문 행사에서 호른을 연주한 최미숙(43) 씨. 그는 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팀 소속이다. 97년 롯데월드에 입사해서 올해로 20년 근속을 맞은 최 씨는 초반부터 롯데월드의 서울대어린이병원 방문에 합류해 아이들 앞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연주할 때 병실에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게 마음이 아파 눈도 제대로 못 맞췄지만 공연을 다녀올 때마다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힘을 얻었다”면서 “100회 공연 때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이 떠올라 어느 때보다 보람되고 행복한 마음으로 호른을 연주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의 환아 중엔 다가올 11월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가든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소아암 합창 무대에 직접 오르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아이도 있다. 이재현(가명) 어린이는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과 몇 달 간 열심히 연습한 노래와 귀여운 율동을 다음달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별도로 디지털 음원도 발매되니 이재현 어린이에게는 평생을 두고 기억에 남을 추억이 생긴 셈이다.

조태준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롯데월드의 위문공연을 통해 어린이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밝고 긍정적으로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면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환아들에게 완쾌됐을 때 롯데월드 공연팀처럼 밝고 희망차게 살아가야겠다는 희망을 준 것 같아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100회 기념 행사에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는 아이들 치료비로 1000만원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증했다. 한편 조 병원장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박동기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롯데월드는 테마파크라는 특성에 맞게 각종 재능을 가진 직원들이 많아 사회에 재능 기부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롯데월드 직원들의 서울대어린이병원 방문은 그 중 가장 테마파크다운 재능기부라 생각한다.” 박 대표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대표적 사회공헌 행사인 ‘찾아가는 테마파크’ 100회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박 대표는 서울대어린이병원 로비에서 진행한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의 100회 기념 행사에서 직접 색소폰을 불었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한달 가량 연습을 한 박 대표는 이 날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주제가를 비롯해 동요 두 곡을 연주했다. 박 대표는 “색소폰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서투른 연주가 될까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병마와 싸우는 아픈 아이들 앞에서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직원들과 더불어 첫 재능기부 실천을 한 셈이다.

그는 “앞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 방문뿐 아니라 롯데월드 직원들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객원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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