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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朴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극 관여

중앙일보

입력

국정원이 30일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집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이 30일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국정원이 30일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부임 직후인 2013년 8월 '좌성향 문예계 인물들이 2014년 지방선거를 조직 재건의 호기로 보고 세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어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 1월 '문예기금 운용기관의 보조금 지원기준 보완필요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내는가 하면, 2월엔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심사체계 보완필요 여론'이라는 보고서를 마찬가지로 청와대에 제출하고, 3월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좌성향 문제 단체 15개와 문제 인물 249명을 적시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 만들어진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리얼리스트100, 한국문한평화포럼,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디컴퍼니(구 다음기획), 피당(PR 전문업체),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15개 단체가 포함됐다.

개별 인물 249명은 시인인 도종환 현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고은, 공지영, 김용택, 김정환, 백낙청, 안도현, 조정래, 황지우 등 문인 48명과 신학철, 홍성담 등 미술작가 28명, 박근형, 박장렬 등 연극인 22명, 전인권, 정태춘, 신해철, 안치환, 윤도현, 이은미 등 음악인 30명, 김기덕, 김규리, 김명곤, 김부선, 김여진,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박중훈, 변영주, 봉만대, 봉준호, 심재명, 여균동, 이은, 이준익, 이창동, 장항준, 차승재 등 영화인은 104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하리수 등 방송인 7명과 김용민, 조선희, 탁현민 등 기타 10명이 포함됐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은 2014년 2월부터 문체부와 함께 문예기금 지원 관련 인물 검증을 명목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국정원은 문체부 담당자로부터 검증요청 명단을 받은 후 검증 결과를 문체부에 통보했다. 국정원이 2014년 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2년 7개월간 검증에 나선 인물은 8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이중 348명을 '문제인물'로 선별해 문체부에 통보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348명 중 181명의 실명을 확인했으나 나머지는 실명이 기재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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