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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베스트셀러] 불안한 시대 위로한 순수한 여인 ‘이화’ … 장미희의 영화도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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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겨울여자 표지

겨울여자 표지

겨울여자
조해일 지음
문학과지성사

1977년 10월

1975년 말 문학과지성사가 창립됐다. 첫 책은 이듬해 2월에 펴낸 홍성원 단편집 『주말여행』과 조해일 장편소설 『겨울여자』였다. 이 가운데 『겨울여자』 1975년 한 해 동안 중앙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겨울여자』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창립 초기 문학과지성사는 재정적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책의 판매 호조 덕분에 “연탄 때는 15평 아파트에서 중앙공급식 난방 27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여주인공 ‘이화’는 순결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사회 현실에 눈을 떠가면서 여러 남성을 만나 상처와 슬픔을 위로해준다. 부정한 정치인 아버지에게 상처받은 남성, 국가 권력에 의해 ‘빨갱이’로 몰린 아버지 때문에 상처받은 남성, 자본가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사는 남성 등이다. 당대 사회의 폭력성이 가부장제와 권위주의에 있음을 보여준다.

『겨울여자』는 1977년 김호선 감독이 만든 영화로 더욱 유명하다. 김승옥이 각본에 참여했고 장미희, 신성일, 김추련 등이 출연했다. 장미희는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다. 서울 단성사 한 곳에서만 58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46만 관객의 ‘별들의 고향’(1974)을 제치고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1977년 우리나라는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고 쌀 생산 600만 톤을 넘어서며 자급자족을 처음으로 이뤘지만, 정치적 억압이 이어지고 고유가, 부실 투자, 물가 급등과 부동산 투기 속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시대의 불안 속에 많은 사람이 순수한 구원의 여인상 ‘이화’에 열광했다.

1977년 10월 넷째 주 소설 베스트셀러 (종로서적 집계)

① 겨울여자(조해일 지음, 문학과지성사)

② 부초(한수산 지음, 민음사)=1977년 제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산업화 시대에 소외된 떠돌이 서커스단 사람들의 뿌리 뽑힌 삶의 비극과 애환을 그려냈다.

③ 회색인(최인훈 지음, 문학과지성사)=1963년 6월부터 1년 동안 『세대』지에 ‘회색의 의자’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장편. 지식인 독고준의 내면 서술과 독백이 중심이다.

④ 도시의 사냥꾼(최인호 지음, 예문관)=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던 여인이 우연히 만난 남성을 사랑하며 겪는 갈등. 1979년 이경태 감독, 정윤희, 신성일 출연 영화로 개봉됐다.

⑤ 배우수업(강유일 지음, 문예출판사)=1976년 500만원 고료 경향신문 장편소설공모 당선작. 당시로서는 생경한 주제인 안락사 문제를 다룸으로써 큰 화제를 모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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