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사진으로 돌아 본 촛불 집회 1주년, 그리고 민주주의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은 나라마다 다르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만큼 다른 의견을 표출하고, 받아들인다. 10월 29일은 촛불 집회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2016년 10월 29일 2만명으로 시작된 작은 촛불은 23주 동안 이어지며 1700만명으로 늘어났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안 의결로 막을 내린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다’ ‘대한민국 국민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민이다’ 라는 사실을 역사에 기록했다.

1700만명으로 불어나는 과정은 민주주의 국가다웠다. 촛불집회와 이들을 대하는 공권력의 자세 또한 민주적이었다. ‘불의’에 맞섰고, 이를 또 다른 ‘불의’로 진압하지 않았다. 지금 세계 몇몇 나라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막으려는 기득권 세력이 맞서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촛불집회 1년을 맞는 지금 세계의 갈등을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사진으로 살펴봤다.

#1년 전 촛불집회 23주 동안의 기록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오후 광화문 광장 북측에 모인 시민들이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JTBC가 최순실씨 소유의 태블릿 PC를 보도한 다음 날인 지난 2016년 10월 25일 “최순실에게 일부 도움을 받았다”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나흘 뒤인 10월 29일 시민 2만여 명이 처음으로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으로 나왔다. 민주주의 역사를 쓴 첫걸음이었다. 첫 촛불집회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 31일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석하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고 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1월 4일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며 두 번째 사과 성명을 냈다. 다음 주 토요일이었던 11월 12일 열린 3차 촛불집회 참가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12월 9일 국회가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했다. 다음 날인 12월 10일부터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3월10일까지 촛불집회는 14차례 이어졌다. 태블릿 PC가 공개된 지는 138일만이었다.

23주 동안 이어진 촛불집회에서 폭력은 신고되지않았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 전후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집회가 촛불집회에 맞서며 광화문에서 200m를 사이에 두고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우려와는 달리 양측은 충돌하지않았다. 보수단체 소속 몇명만이 경찰버스에 올라갔고, 이들을 끌어내려라는 고성이 잠시 오고갔을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라고 말했다.
1년 전 촛불은 주인의식이다. 갈등해도 폭력적이지않는 민주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은 배타적이지않다. 주장만 할 뿐이다. 그래서 평화적이다. 아래 사진들은 1년 전 2만명에서 1700만명으로 번지며 23주 동안 이어졌던 당시 장면들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 참석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제8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부모를 따라온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지난 겨울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촛불 하나만을 들고 매서운 추위와 맞섰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12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9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산타복장 청년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촛불집회는 한번도 폭력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지난 1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 이날 집회는 세월호 1000일 추모행사로 진행됐다.장진영 기자

지난 2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촉구 1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김현동 기자

지난 2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 참석 시민들이 특검 연장등을 주장하고 있다.전민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4주년이던 지난 2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7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레드카드와 촛불을 들고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마두로 퇴진 요구하며 격렬집회 이어간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23개 주지사를 선출하기 위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17개 주지사를 석권했다. 이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은 “공정성과 자유가 결여됐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은 “놀라운 결과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의심했다. 프랑스ㆍ캐나다ㆍ콜롬비아 등도 선거 합법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앞두고는 매일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제헌의회가 추진한 개헌에 대해서는 야당과 반정부 세력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는 최루탄ㆍ화염병 부터 사제총까지 등장했다. 시위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집회는 날이 갈수록 폭력적이었고, 이를 막는 경찰은 실탄을 쏘기까지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7월 철수시킨 외교관들 중 일부를 다시 복귀시켰다.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한 여성이 화재현장을 벗어나고 있다.[EPA=연합뉴스]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사제 박격포를 정부 보안군을 향해 쏘고 있다.[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경찰이 지난 6월 7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shotgun)을 쏘고 있다.[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가 실시된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시위대의 사제 폭발물이 터지면서 기동경찰대를 덮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가 불태운 오트바이를 진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촉구집회에서 시위대들이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해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퇴진 요구 집회현장이 불타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고 있다.[AFP=연합뉴스]

#분리독립 카탈루냐와 갈등 스페인…불복종과 물리력 사용 경고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은 1년 내내 이어지고있다. 카탈루냐는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선언안을 가결시켰다. 당시 주민투표는 스페인 경찰이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등 물리력으로 저지당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시민 800여 명이 다쳤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헌법 155조를 발동, 카탈루냐 자치 정부를 해산하고 직접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주의자들은 26일(현지시간)  대규모 시민 불복종 집회를 예고했다. 이니고 멘데스 데 비고(61) 스페인 교육문화부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 “카탈루냐가 분리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독립을 선언하거나 중앙정부의 직접통치를 거부할 경우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물리력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갈등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스페인 경찰이 카탈루냐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소가 배정 된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스페인 경찰이 지난 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소가 배정된 바르셀로나 시내 한 학교 근처에서 유권자들에게 고무총을 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독립 찬성자들과 경찰이 출동하고 있다.[AP=연합뉴스]

카탈루냐 분리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촛불과 ‘자유’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곳곳 시위대와 경찰 폭력 충돌
이들 국가 이외에도 세계는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현장이 목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키예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위자들과 진압 경찰이 충돌했다. 그리스 경찰은 지난 5월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 수천명에게 최루탄을 발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등 집회현장은 폭력사태로 변했다.

케냐 대법원은 지난 8월 대선에서 케냐타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선거가 조작됐다는 오딩가 전 총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선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이에따라 케냐는 대통령 재선거(26일 현지시간)를 두고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력 야권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지지자들이 선거 당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는 등 케냐의 정치적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과테말라의 민주주주의도 요원하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이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부정 부패를 수사 중이던 이반 벨라스케스 유엔반부패위원장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추방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과테말라 시위대들은 부패 척결을 요구했고, 선거자금법 처벌을 경감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반대하며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과테말라는 지난 2015년 전임 대통령 오토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도 기업계와 관리들의 조직적 뇌물 수수 혐의로 사퇴한 뒤 재판을 받고 있다.

그리스 크레테 섬에 거주하는 농민들이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정부의 세금 및 연금제도개혁에 항의하며 개최한 아테네 집회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있다.[EPA=연합뉴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개막한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의 반대시위가 벌어져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EPA=연합뉴스]

온두라스 대학생들이 지난 8월 2일(현지시간) 수도 테구시칼파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온두라스 대학생들이 지난 8월 2일(현지시간) 수도 테구시칼파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탄생 100년이 된 날인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마닐라에 있는 국립 ‘영웅묘지’ 밖에서 열린 반마르코스 집회.[AFP=연합뉴스]

노동법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조합 연합 노조원들이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 법원 앞에서 열린 지난해 쿠데타 실패 뒤 정부의 명령으로 해고된 교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경찰들이 시위자를 끌고 가고 있다.[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65회 생일(7일ㆍ현지시간)을 맞아 러시아 전역에서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끌고 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벌어진 반정부 집회에서 시위대들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고 있다.[AP=연합뉴스]

대통령 재선거를 앞둔 지난 16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벌어진 야권연합(NASA)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경찰들이 몽둥이와 최루탄가스총을 들고 시위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온두라스 대학생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도 테구시칼파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반대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1년 전 작은 촛불이 바란 오늘은?
촛불집회는 평화 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고 민주주의의 질적향상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대세다. 지난 16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1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을 ‘2017 에버트 인권상’수상자로 선정했다. 1994년에 처음 제정된 에버트 인권상은 세계 각지에서 인권 증진에 탁월한 공헌을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매년 수여되고있다.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오는 12월 5일 베를린에서 개최하는 공식 시상식에서 국민들을 대표해 수상할 예정이다. 정권 퇴진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모범 국민의 훈장인 셈이다. 촛불집회 1년이 지난 오늘 광장의 촛불은 꺼졌지만 새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그에 대한 반발 등으로 갈등은 완전 해소되지않고 있다. 1년 전 작은 촛불이 바란 1년 후의 오늘은 무엇이었을까?
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