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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14) 유족연금 받던 배우자가 재혼했다, 연금 계속 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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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은 필수. [중앙포토]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은 필수. [중앙포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연금수급자는 죽어서 ‘유족연금’을 남긴다.” 부부 중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날지는 모른다. 만약 연금수급자인 바우씨가 먼저 떠난다면 배우자는 유족연금으로 생계를 꾸리게 된다. 특히 홑벌이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유족연금은 남다르다.

공적연금은 재혼시 유족연금 권리 상실 #국민연금, 40~60% 배우자에 유족연금

유족연금액은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은 배우자가 받던 기본연금액의 40~6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연금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이면 6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50%, 10년 미만은 40%다.

공무원연금은 재직기간과 상관없이 배우자가 받던 퇴직연금액의 6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재정 절약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2016년부터 70%에서 60%로 인하됐다. 개정 전부터 유족연금을 받던 사람은 70%를 그대로 받고, 2016년 이후 유족연금 수급권이 새로 발생한 경우는 60%다.

국민연금은 배우자가 받던 기본연금액의 40~6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사진 pixabay]

국민연금은 배우자가 받던 기본연금액의 40~6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사진 pixabay]

‘유족연금의 역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유족연금이 깎인 후 공무원연금을 받는 바우씨는 오히려 호강하고 있다. 남편 연금통장을 관리하는 바우씨 마누라가 “어차피 연금통장은 내 손안에 있으니 줄어든 유족연금 60%를 받는 것보다 저 양반을 어떻게든 오래 살게 해서 퇴직연금을 더 오래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석으로 홍삼을 챙기고, 가끔 골프장에 데려가 운동도 시킨다.

바우씨 선배 중에는 연금통장을 본인이 관리하면서 마누라에게는 생활비만 조금 떼 주는 사람도 많다. 그 선배들 사모님은 가끔 몹쓸 생각을 했다. “저 ‘웬수’가 얼른 떠나야 내가 70%라도 연금을 챙기지.” 그런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아차! 유족연금이 60%로 깎였지! 에이, 밉지만 그냥 같이 살자.” 바우씨 선배들도 유족연금이 깎이는 바람에 삶이 편안해졌다.

한 시민이 기초노령연금 상담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한 시민이 기초노령연금 상담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배우자는 무조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노령연금수급자 사망 당시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배우자이면 다른 조건 없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유족 우선순위에서도 배우자가 1순위이기 때문에 자녀나 부모 등 다른 유족이 있어도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는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까다롭다. 퇴직연금수급자가 사망할 당시 그가 부양하고 있던 배우자로서,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경우라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즉 퇴직 후에 재혼한 배우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에서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사람도 유족이 될 수 있지만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 여기서 잠깐! 사실혼 배우자를 소위 말하는 ‘첩’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자식 낳고 몇 십 년을 같이 살았어도 법률혼 관계에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 혹시 모를 일이니 미리 혼인관계를 잘 살펴보자.

그리고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배우자가 다른 선순위 유족과 동순위다. 19세 미만의 자녀나 부모 등이 있으면 이들 중 선순위 유족과 동순위가 되어 등분해서 받는다. 유족연금을 동순위 유족 수에 따라 n분의 1로 나눠서 받는다는 얘기다.

유족연금은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한 다음 달부터 지급된다. [중앙포토]

유족연금은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한 다음 달부터 지급된다. [중앙포토]

유족연금은 언제까지 받을까? 유족연금은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한 다음 달부터 배우자가 살아있는 동안 지급된다. 그런데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던 중에 다른 사람과 재혼하면 유족연금 수급권이 상실된다. 이것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모두 같다.

물론 연금이 사랑을 가로막을 수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겠다. 또 배우자가 보험료를 낼 때 공동으로 기여한 사실이 있고, 이혼할 경우 분할연금까지 인정하는 현실에서 재혼했다고 유족연금 받을 권리를 뺏는 것은 지나친 면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실정법이 그러니 좋은 사람이 생겼다고 덜렁 혼인신고를 할 것은 아니다.

연금이 사랑을 가로막는다?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수급자가 사망한 때부터 3년간 유족연금을 지급한 후 중지하다가 배우자의 나이가 55세가 된 때부터 다시 지급한다. 노령연금 수급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당장 생계가 어렵게 됐으니 3년간은 유족연금을 지급하지만, 젊은 나이에는 스스로 벌어서 생활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배우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부 연금수급자의 유족연금은 어떻게 될까?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다. 그렇다면 부부가 모두 공적연금에 가입해서 각자 본인의 연금을 받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은 어떻게 받게 될까?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유족연금은 해당 금액의 30%만 받거나, 본인의 노령연금을 포기하고 배우자 기본연금액의 40~60%에 해당하는 유족연금만 받는다. [중앙포토]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유족연금은 해당 금액의 30%만 받거나, 본인의 노령연금을 포기하고 배우자 기본연금액의 40~60%에 해당하는 유족연금만 받는다. [중앙포토]

먼저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본인의 노령연금은 그대로 받는 상태에서 유족연금은 해당 금액의 30%만 받거나, 본인의 노령연금을 포기하고 배우자 기본연금액의 40~60%에 해당하는 유족연금만 받는 것이다.

만약 부부가 모두 공무원연금 가입자이거나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과 같은 직역연금 가입자라면 본인의 퇴직연금 외에 유족연금 해당금액의 5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퇴직연금의 60%인 유족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부가 어느 직역 연금수급자든 모두 이 제한규정이 적용된다.

반면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에는 유족연금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배우자 중에 한 쪽이 국민연금 가입자이고 다른 한 쪽이 직역연금 가입자이면 본인 연금과 함께 유족연금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문 밖이 저승길이라는 옛말이 있다. 인생의 마지막 날이 언제 올지 모른다. 언젠가 홀로될 수 있는 배우자를 위해 유족연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믿음직한가. 사랑은 책임이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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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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