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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과 타협이 아니라 끊임없는 마찰과 충돌 장려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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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호 20면

[SUNDAY MBA]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은

지난 19일 정식 개장한 이케아 고양점. 이케아는 1965년 창업 이래 목적과 공유가치를 모든 임직원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정식 개장한 이케아 고양점. 이케아는 1965년 창업 이래 목적과 공유가치를 모든 임직원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뉴스1]

하버드 경영대학의 린다 힐 교수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더 스스로 혁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창조와 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혁신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통상 혁신적인 조직이라 하면 우리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얼마인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에 연구개발에 돈을 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누구고, 이들에게서 무엇을 이끌어낼 것인가다.

이케아식으로 공유 가치 명확히 #갈등 조정할 행동 규칙도 정해야 #스포티파이의 스쿼드 조직처럼 #다양한 대안 수렴할 방안 필요

힐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이 특별한 역량을 끊임없이 발휘하게 독려하고, 이렇게 이끌어낸 개별적인 능력을 하나로 모아 집단 천재성(Collective genius)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협업하고, 다양한 접근법을 실험하고, 통합적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혁신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리더와 구성원들에게는 기어코 혁신을 해내겠다는 의지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의지와 역량, 이 두 가지가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두 축이다.

그중에서 의지가 더 중요하다. 의지나 의향이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적, 공유 가치, 행동 규칙( Rule of Engagement)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① 공동의 목적

공동의 목적에서 공동의 힘이 나온다. 명령과 지시 대신 구성원 각자가 중요하다고 믿는 조직의 공동 목적이 있어야 함께 노력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의 목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다. 이케아 제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1965년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일상을 창조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제시했다. 1986년 캄프라드가 물러난 이후에도 지금까지 이케아가 끊임없이 혁신해 성장하는 근간에는 이 공동의 목적이 있다. 창의적 리더십 센터 제니퍼 딜의 밀레니얼 세대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92%가 소속 기업의 공동의 목적을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공유 가치

강한 소속감으로 생긴 혁신에 뛰어들 의지는 장기간 효율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유 가치가 필요하다. 공동의 목적이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면, 공유 가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해준다. 결정된 우선순위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케아는 공유 가치로 7가지를 선정했다. 실천, 겸손함과 의지, 다름의 추구, 협력과 열정, 비용 의식, 끊임없는 전면적 개선 갈망, 책임의 수용과 위임이다. 그리고 이것을 일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각각의 가치를 정확하게 실행하기 위해 각 가치에 대한 상세 설명까지 만들었다. 예를 들어 ‘다름의 추구’는 ‘오래된 해결책에 대해 의문을 품고, 만약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꺼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공유 가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모인 조직인 펜타그램에도 유효하다.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한 전문가 집단이 우선순위를 정해 함께 일하는 것으로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파울라 쉐어는 “처음에는 저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고 나는 내 일만 하면 되리라 생각했지만 펜타그램에는 저들은 없고 오로지 우리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전적 야망, 서로 협업, 발전을 위한 꾸준한 학습,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을 중심에 두고 활동한다. 누군가 뒤처지면 다른 파트너들이 도와준다.

③ 행동 규칙

가치가 공유돼도 혁신을 추진하다 보면 내재적으로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균형을 잡아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제가 행동 규칙이다. 의견이 다를 때 표현하는 방식을 미리 정해두면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행동 규칙이 명확하면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활발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며 마음 놓고 혁신에 뛰어들 수 있다. 이런 행동 규칙은 상호 신뢰, 상호 존중, 상호 영향을 끌어낼 수 있도록 구성원 간의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펜타그램의 경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둘 뿐 아니라, 조직의 일원이 된 이상 서로에게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합류, 탈퇴, 협업, 소득공유 및 각자의 성과를 점검하는 방법 등 모든 파트너에게 적용되는 기본적 행동 규칙을 정해서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혁신 의지가 기꺼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두 번째 조건, 창조와 혁신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검증될 수 있는 ‘창조적인 마찰’, 도출된 아이디어를 빨리 실험해서 정제시키는 ‘창조적 민첩성’, 그리고 발전된 아이디어들을 전체적 시각으로 판단하는 ‘통합적 해결’의 역량을 길러 줄 수 있어야 한다.

① 창조적인 마찰

창조와 혁신은 서로 다른 의견과 관점, 정보 처리방식 간의 충돌이 반복되면서 완성된다. 순응과 타협이 아니라 토론과 충돌이다. 다양한 의견이나 견해가 충돌하는 창조적 마찰을 조직 내에 불러 일으켜야 한다. 디즈니와 합병한 세계적 애니메이션 기업인 픽사는 ‘데일리 세션’이라는 일일 점검회의를 열어 감독·제작자가 진행상황을 꼼꼼히 점검한다. 또한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제도를 통해 이슈가 생길 때마다 관련자들이 모여 해결책을 논의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운영방식이다. 리더라고 해서 특별한 의견에 손을 들어 주거나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지 않는다. 리더는 개인과 전체 집단 사이의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 전체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반대와 비판에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디까지나 구성원 자신의 아이디어가 거부된 것이지 그 자신이 거부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도록 해야 한다. CEO인 애드윈 캣멀은 창의성을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② 창조적 민첩성

사람들은 혁신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혁신은 빨리 움직이고, 많은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적 마찰로 도출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제 문제 해결에 공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실험하고 반영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즉 창조적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음악계의 우버라 불리는 스포티파이는 기민성을 추구하기 위해 스타트업처럼 운영되는 기본 조직인 스쿼드 형태를 도입했다. 업무 관련성이 높은 스쿼드로 구성된 2차 조직 트라이브, 트라이브 내 같은 직군을 하나로 묶은 챕터,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인 길드로 구성된다. 다양한 관심과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민첩하게 적용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③ 통합적 해결

혁신 역량을 키우는 마지막 요소는 통합적 해결이다. 여기 저기서 도출된 이질적이고 상반된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든든한 자본과 배급망을 가진 디즈니와 창의적인 스토리와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을 보유한 픽사가 합병해서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바로 통합적 해결의 실천이다. ‘겨울왕국’은 수동적이던 기존의 디즈니식 주인공이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하면서 1조3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리더는 최종 의사 결정자가 아니라 여러가지 대안을 통합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고방식을 리더 뿐 아니라 모두에게 길러 줄 필요가 있다.

정치·경제·사회·기술이라는 경영 환경의 대표적인 4가지 변수 모두 부카(VUCA,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가 극대화된 상황이다.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아무도 답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창조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심리학자 데니스 듀마스와 케빈 던바 교수는 자신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만 해도 창의성이 높아 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교수는 조직이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소신을 밝히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성원들이 반골 재능(Rebel Talent)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경쟁자보다 나은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는 경쟁자는 잊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창조와 혁신이다. 경영은 혁신을 향한 위대한 탐험의 연속이다. 이제 더 늦출 수 없다.

배보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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