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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발 정계개편 이들을 주목하라, 키맨 5인의 엇갈린 행보

중앙일보

입력

정치권이 국정감사보다 야권발 정계 개편 논의로 뜨거워졌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을 향해 펼치는 뜨거운 구애전 때문이다. 야당발 합종연횡의 키맨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등 5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북핵폐기 전술핵 재배치 천만인 서명운동 본부 국민서명패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북핵폐기 전술핵 재배치 천만인 서명운동 본부 국민서명패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보수 적자 노리는 홍준표=지지부진하던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에 불을 당긴 건 지난 11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시작해달라”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한마디였다.
20일 한국당 윤리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탈당 권고를 의결하며 통합의 명분도 일단 갖춰진 상태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동정심만으로는 보수우파들이 다시 일어 설수없습니다”며 “좌파들의 칼춤이 난무하는 이 살벌한 판에 뭉치지 않으면 저들 희망대로 우리는 궤멸의 길로 간다"고 소감을 남겼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분열될 보수를 통합시킨 보수 결집의 리더로 부상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당내에 남아있는 친박과의 파워게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에 속한 한 의원은 “홍 대표가 보수통합을 시도하는 이유는 바른정당 복당파와 힘을 합쳐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합류하는 의원의 수다. 한국당으로 합류하는 의원 수가 15명이 안 될 경우 원내 1당 자리를 뺏어 올 수 없다. 보수 대통합의 명분도 흐려지게 된다. 이날 홍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에 대해 “양당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통합이 될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보수분열 책임지려는 김무성=바른정당 내에서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를 이끌고 있는 건 김무성 의원이다.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의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20일 “김 의원은 (해외 국감 후) 28일 귀국하고 홍 대표도 23일 미국으로 출국해 27일쯤 귀국한다”며 “두 분이 돌아오면 통합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합의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에 보수 야당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보수가 분열돼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도 주된 이유다. 통합의 전제 조건도 유승민 의원에 비해 낮다. 김 의원은 통합의 조건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뿐이다. 나머지 친박 청산 등에 대해서는 “정치는 타협이다. 나 역시 보수 분열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출당 조치를 한 만큼 김 의원도 귀국 후 통합 논의에도 더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애초부터 김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바른정당 내 자강파에서는 “김 의원은 애초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보고 탈당을 한 만큼 처음부터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 자유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 자유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개혁보수’ 이름표로 당 추스리려는 유승민=자유한국당과 통합논의로 흔들리던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설이 흘러나오며 힘을 받기 시작했다. 당장 한국당과 통합에 긍정적이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이념·정책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자강파 한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관심을 갖다 관망세로 돌아선 의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당장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적다. 일단 11월13일 전당대회 치른 후 당 추스리기에 나서는게 먼저라는 게 유 의원 측의 판단이다.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으로 교섭단체가 깨질 경우, 당 운영도 만만치 않다. 유 의원은 “게릴라전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한 것도 이때문이다.
국민의당과의 당대 당 통합보다는 개혁보수를 기치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내 의원들이 헤쳐 모이는 시나리오도 유 의원이 선택할 카드다. 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 자유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에서 본래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④'중도·보수'로 지방선거 승부수 던진 안철수=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연일 통합 분위기 조성에 나서왔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20일 라디오에서  “늦어도 올해 12월까지는 통합이 이뤄져야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통합 마지노선까지 제기했다.
안 대표가 속도전에 나선 건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 8월 당 대표에 출마하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5%대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성사되면 중도ㆍ보수의 지지를 결집시킬 수 있고 호남정당이라는 지역색도 희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속도전은 20일 제동이 걸렸다. 우선 박지원 전 대표 등 호남 중진들의 반발이 본격화됐다.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는 “바쁘더라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맬 수 없다”(장진영 최고위원)는 지적도 나왔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주말 중 안 대표와 유 의원 간의 회동을 제안하려 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숨고르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당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⑤전남지사 도전 앞두고 호남민심 챙기는 박지원=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 내에서 바른정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반안(안철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섰다. 박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로 햇볕정책 유지와 호남이라는 당 정체성을 들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 포기와 호남 지역주의 타파 등을 통합의 조건으로 들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를 지방선거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전남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전남지사 출마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표가 민주당과의 연정등을 강하게 밀고 있는 것도 결국 호남 표심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물밑에서 당시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 교섭을 진행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 한 방송에 출연해 “김무성 의원과 대선 때 안철수ㆍ유승민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많이 얘기를 했다”며 “유 후보가 (단일화 조건으로) ‘햇볕정책을 버리고 사과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그러면 내가 탈당해주겠다고 했다”고 전하면서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어떤 말을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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