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태자 경쟁 두 서기 … 천민얼 긴장, 후춘화 여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19차 중국 공산당대회 둘쨋날인 1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광둥 대표단 회의에서 밝게 웃고 있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 [AP=연합뉴스]

19차 중국 공산당대회 둘쨋날인 1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광둥 대표단 회의에서 밝게 웃고 있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 [AP=연합뉴스]

후춘화(胡春華·54) 광둥(廣東)성 서기는 의연했다.

‘차기’ 후보들 회의 모습 보니 #천, 닷새 뒤 상무위원 진입설 돌아 #전임들 부패 그림자 신경 쓰는 듯 #후, 시진핑 권력 강화에 앞날 불안 #초연한 듯 3시간 내내 미소 유지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이틀째인 19일 오전 내외신 취재진에 공개된 광둥성 대표단 회의에서 후 서기는 3시간 내내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그는 닷새 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차기 상무위원 선출엔 초연한 듯 평정심을 유지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옆자리의 18기 중앙위원인 마싱루이(馬興瑞·58) 광둥성장과 귓속말을 나눌 뿐이었다.

회의가 열린 인민대회당 2층 광둥청은 150여 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가 몰렸다. 시 주석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홍콩 피닉스TV 기자는 “오전에 15개 대표단 회의가 공개됐지만 광둥성 관련 취재진이 가장 많다”며 “오늘의 스타는 후계 물망에 오른 후춘화와 천민얼(陳敏爾·57) 충칭(重慶)시 서기”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대표단 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후 서기는 능숙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응대했다. 시 주석이 전날 2020년까지 달성을 선언한 소강(小康·중산층)사회 건설의 광둥 현황을 묻는 질문에 후 서기는 “광둥은 소강사회 실현 조건이 다른 지역보다 낫긴 하지만 농촌 건설·의료 시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광둥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000억 달러에 달했고 시장화와 국제화 수준이 높아 신시대 현대화 건설 과정에서도 선두에 설 것으로 믿는다”며 2050년 세계 선도 강국 건설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표시했다.

후 서기는 지난 5년간 중국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광둥을 이끌며 후계자 훈련을 무난히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광둥성을 방문해 후 서기의 후견인임을 분명히 했다. 후 전 주석은 18일 당대회 개막식에서도 3시간30분여에 걸친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시 주석을 일어서서 맞이하며 악수로 격려했다. 5년 전 당 총서기와 함께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물려준 후-시 연합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한 제스처였다. 15년 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총서기직만 물려줘 2년간 두 명의 최고지도자가 존재하는 어색한 동거 체제를 만들기도 했다.

후춘화 서기는 5년 전 18대 당대회에서 25명의 정치국원에 오르며 6세대 최고지도자를 예약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권력 체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후춘화의 ‘황태자’ 지위에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후춘화 군사위·국가부주석 임명설이 나돌았으나 곧바로 정치국원 자진 사퇴설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의 운명을 가를 ‘황태자냐 폐세자냐’의 결정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19기 1중전회 선거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19차 중국 공산당대회 둘쨋날인 1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충칭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 중인 천민얼 충칭시 서기. [AP=연합뉴스]

19차 중국 공산당대회 둘쨋날인 1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충칭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 중인 천민얼 충칭시 서기. [AP=연합뉴스]

또 다른 후계자 후보인 천민얼 충칭시 서기는 19일 오후 인민대회당 4층 충칭청에서 열린 충칭 대표단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후 서기와 달리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전임 충칭 서기였던 보시라이(薄熙來)와 전임 쑨정차이(孫政才)가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면서 한순간에 몰락했던 만큼 대외적으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천민얼은 이날 발언을 통해 시 주석의 추종자임을 분명히 했다. 쑨정차이 관련 질문에 그는 “쑨의 엄중한 기율 위반은 당 이미지에 위해를 끼쳤고, 충칭의 개혁 발전에도 손해를 끼쳤다”며 “사상과 정치상 잘못된 영향을 척결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천 서기는 지난해 1월 시 주석이 충칭을 시찰하면서 지시한 발전 전략을 충실히 완수하겠다고도 했다. 중앙 무대 대신 충칭 잔류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회의가 끝난 후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 없이 회의장을 떠났다. 충칭시 관계자는 취재진으로 행사장이 가득하자 입장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광둥과 달리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이날 구이저우(貴州)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19대 당대회 보고는 신시대 중국 발전을 위한 행동강령”이라며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나아가자”고 밝혔다고 중국중앙방송(CC-TV) 신원롄보(新聞聯播)가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