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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구단주들, ‘무릎꿇기’ 사실상 허용

중앙일보

입력

미국프로풋볼(NFL) 구단주들이 선수들의 ‘무릎꿇기’를 사실상 허용했다. 욕설까지 섞어가며 선수들의 행위를 비난하고 구단주들에게 처벌하라는 압력을 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요구에도 ‘표현의 자유’에 힘실어 #“무릎꿇기 안 하도록 노력, 강제규정은 안 만들 것” # 트럼프 “위대한 조국에 대한 완전한 무례” 비판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NFL구단주들이 뉴욕 맨해튼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선수들의 ‘무릎 꿇기’에 대해 별도의 징계 규정을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선수노조 측도 배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NFL 수장인 로저 구델 사무국 커미셔너는 “선수들의 기립을 강제하기로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립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선수들에 대한 처벌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 참석자도 있었다.

미 매체들은 구단주들이 ‘무릎 꿇기’를 하는 선수들의 출전정지 또는 퇴출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표현의 자유’ 논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NFL이 국가연주 때 선수들의 기립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위대한 조국에 대한 완전한 무례(total disrespect)”라고 비판했다.

NFL구단주들이 '무릎꿇기' 징계 규정을 만들지 않기로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이를 비판했다. [트럼프 트위터 캡쳐]

NFL구단주들이 '무릎꿇기' 징계 규정을 만들지 않기로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이를 비판했다. [트럼프 트위터 캡쳐]

구델 커미셔너는 추가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연주 때 모든 이들이 기립해야 한다는 게 맞다”면서 “미국 국기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중요하고, NFL 팬들도 원하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6명 안팎의 선수들이 무릎꿇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숫자가 ‘제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나 풋볼 영역으로 되돌아야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릎꿇기 선수’들에 대한 처벌 여부에 대해선 “그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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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기’는 지난해 8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을 맡았던 콜린 캐퍼닉이 시작했다. 캐퍼닉은 당시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가 연주 도중 한쪽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앨라배마에서 공화당 루서스트레인지 의원의 지지 유세를 하던 중 캐퍼닉의 행위를 “개XX”라는 욕설과 함께 비난했다. 이를 계기로 NFL은 물론 다른 스포츠계와 학교들까지 ‘무릎꿇기’ 저항 퍼포먼스에 가세하며 논란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트위터에서 “NFL은 모든 종류의 규정과 규칙이 있다.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국가가 연주되는 도중 무릎을 꿇을 수 없게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에는 경기장에서 포티나이너스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자 관람석에 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곧바로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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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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