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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녀 골프장’서 아베와 라운딩 … 일본 NSC도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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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교도=연합뉴스]

다음달 5~7일 방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과거 ‘금녀(禁女) 클럽’으로 악명을 떨쳤던 ‘가스미가세키(霞ヶ關) 컨트리클럽’에서 라운드를 함께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일 정상 ‘찰떡 공조’ 과시 2박3일 #트럼프, 일 도착하자마자 골프장행 #도쿄올림픽 코스 돌며 스킨십 #북핵 대응, 자위대와 협력 재확인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아베 총리와 라운드를 하기 위해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고시(川越)시에 있는 이 골프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88년 된 명문 골프클럽으로 일본 최초 36홀 골프장이며, 일본 정·관계 인사들이 중심인 보수적인 남성 전용 클럽으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마자 일본의 골프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지만 이 클럽은 패전 직전인 1945년 4월에야 폐장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미국의 명문 클럽인 오거스타 내셔널이 43년 말부터 휴장한 것을 감안하면 가스미가세키의 일본 내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2010년엔 우승자가 마스터스에 참가권을 받는 아시아 아마추어 챔피언십도 개최했다. 당시 우승자가 현 일본 최고 선수이자 세계랭킹 3위인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25)다. 마쓰야마는 이번 트럼프-아베의 라운드에 동반한다.

다음달 5일 두 정상이 함께 라운딩할 일본 도쿄 인근 가스미가세키 컨트리 클럽의 전경. [가스미가세키 C.C 홈페이지]

다음달 5일 두 정상이 함께 라운딩할 일본 도쿄 인근 가스미가세키 컨트리 클럽의 전경. [가스미가세키 C.C 홈페이지]

이곳은 일본의 다른 명문 프라이빗 클럽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회를 열어 골프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열린 클럽’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회원이 되는 규정은 까다롭다. 특히 여성은 ‘정회원이 될 수 없고, 주말과 공휴일엔 회원과 동반해도 라운드할 수 없다’는 제한 때문에 ‘금녀 골프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골프가 이 클럽 동코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여성을 혐오하는 골프장에서 올림픽을 열면 안 된다”는 여론이 일었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까지 “여성이 회원이 되지 못하는 골프장이 있다는 건 불쾌하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뒤에야 골프장 측은 지난 3월 ‘정회원은 남자에 한한다’는 정관 세칙을 변경했다.

싱글 핸디캡 수준의 골프광 트럼프 대통령과의 라운드 준비에 아베 총리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다. 아베 총리는 작년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트럼프와 만나 골프클럽을 증정했고, 올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땐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를 했다.

골프장에서 우애를 다진 다음날 두 정상의 정상회담이 잡혀 있다. 6일 열리는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공조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郎) 관방부장관은 “미·일 동맹의 견고한 유대를 재차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참석한다. 아베 는 과거에도 영국과 호주 등의 총리를 NSC에 초청해 해당국과의 안보 공조 수준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이벤트로 삼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경제·군사 분야에 걸쳐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지속한다는 방침과 함께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약속도 재확인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 밖에 미사일 방위를 포함한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관계 강화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다룰 예정이다.

트럼프는 일본인 납북 피해의 상징적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의 부모도 면담한다.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메구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등 납치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공감도 두터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뿐 아니라 일본인 납치 문제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양국 간 연대의 상징적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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