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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아베, 골프로 굳히는 인연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정상회담 후 라운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오른쪽 끝은 프로골퍼 어니 엘스다. [중앙포토]

지난 2월 정상회담 후 라운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오른쪽 끝은 프로골퍼 어니 엘스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다시 골프 라운드를 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장소는 사이타마(埼玉) 현의 가스미가세키 골프 클럽이다.

트럼프, 미일 정상 회동으로 소유 골프장 홍보 #아베, 미대통령과 골프로 가문의 위업 이어 #“아베 보수적 골프장 선택해 지지층 결속 노려”

두 정상은 골프로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지난 2월 첫 정상회담 후 플로리다 주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했다. 트럼프는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에 호화 골프장 19개를 소유,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직을 자신 소유 골프장을 홍보하는데 이용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가 가문의 위업을 잇는 일이다. 그의 외할아버지이자 롤 모델로 삼는 기시 노부스케는 1957년 일본 총리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DC 인근에서 골프를 했다. 아베는 딱 60년이 지나 할아버지와 비슷한 이벤트를 벌였다. 당시 라운드에는 트럼프 골프장의 회원인 어니 엘스(남아공)가 동반했다.
60년 전 아이젠하워와 기시의 라운드 결과는 비겼다고 발표됐다. 그러나 아베-트럼프 라운드에선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 실력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면서 발을 뺐고, 결과가 어땠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주니어 시절 야구, 풋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했다. 또 마초 스타일에 승리욕이 강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스타일로 전해졌다.

1957년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 기시 노브스케(가운데) 당시 일본 총리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라운드. [중앙포토]

1957년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 기시 노브스케(가운데) 당시 일본 총리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라운드. [중앙포토]

트럼프는 핸디캡이 2.8이라고 밝혔다. 70대에 들어서도 낮은 핸디캡을 유지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 골프계는 골프 선수 출신이거나 매일 라운드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유세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트럼프는 지난해 “드라이브샷을 285야드 친다”고 했다. 그러나 골프계에서는 이 말도 과장으로 본다. 2015년 PGA 투어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88야드였다. 285야드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도 허다하다. 내리막이나 강한 뒷바람이 불지 않으면 70대의 트럼프가 285야드를 치기는 어렵다. 메이저 우승자인 그레이엄 맥도웰(38세), 잭 존슨(41), 짐 퓨릭(47)과 8승을 거둔 최경주(47) 등의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도 285야드에 미치지 못했다.
아베는 2월 정상 회담시 트럼프에게 혼마 드라이버를 선물했다. 일본의 스포츠 신문인 스포츠호치는 “45분으로 예정됐던 양국 정상의 회동이 90분으로 늘어난 데는 이 골프채 선물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친해지는 데는 도움이 됐을수도 있지만 일본 골프업계에선 비난이 많았다. 혼마는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지만 2010년 중국 자본이 인수했다. 장인정신을 강조한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중국 자본이 들어온 후 혼마는 대량생산을 통한 수익 극대화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양국 정상이 1차 라운드 장소로 트럼프 소유 골프장을 택한 것처럼 2차 라운드 장소로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을 택한 것은 우연은 아니다. 가스미가세키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골프 클럽이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의 다치가와 마사키 특파기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 골프를 하는 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 골프장을 선택해 (일본 내) 보수적인 사람들을 만족시키려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트럼프-아베의 2차 라운드엔 일본 최고의 프로골퍼인 세계랭킹 3위 마츠야마 히데키가 동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츠야마 히데키는 19일 제주에서 시작되는 PGA 투어 더CJ컵에 출전하겠다고 했다가 일주일 전 불참 통보를 했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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