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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헌재소장 코드 인사 부메랑 맞은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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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벽에 부닥쳤다.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김이수 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데 이어 이번에는 김이수 소장 대행 체제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집단적 반대를 불렀다.

정치권 설득 않고 김이수 대행 강행 #헌재 집단 반발에 인사 명분 잃어 #청와대, 대행 언제까지 갈지 안 밝혀 #김이수 거취, 다시 협치 가늠자로

공석인 한 명을 제외한 8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지난 16일 재판관 회의의 결론으로 “조속히 헌재소장 임명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청와대에 공식 요청한 것은 김 대행 체제에 대한 문 대통령 인사의 명분을 흔드는 사태라는 평가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찾은 명분이 “지난 9월 18일 헌재가 재판관 간담회에서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계속 수행에 동의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판관들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아직 김 대행 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조만간 소장을 맡을 새 재판관을 지명할지, 아니면 우선 재판관을 지명한 뒤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지명할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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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또 한 번 김 대행의 거취 논란이 여야 간 협치의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은 청와대가 김 대행 체제를 발표한 지난 10일 이후 “국회가 부결시킨 김 대행 체제를 유지하려는 건 삼권분립을 무력화시키는 행태”라고 반발해 왔다. 급기야 13일 열린 헌재에 대한 국정감사까지 보이콧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14일 페이스북에 “(김) 권한대행을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야권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소야대 국회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문 대통령이 오히려 국회를 비난해 어안이 벙벙하다”며 “(앞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협치’ 같은 단어를 입에도 올리지 말라”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의 논리적 명분을, 그것도 김이수 대행이 직접 주재한 재판관 회의가 뒤흔든 셈이 됐다.

야당은 17일 “헌재소장을 조속히 임명하라”(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고 압박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야당과 진정한 협치를 하려 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려는 게 부메랑이 됐다”며 “김이수 대행 체제 연장은 방송통신위원 꼼수 인사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이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한 김용수 방통위 상임위원을 문 대통령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으로 임명한 걸 가리킨다. 그 자리엔 이미 방통위원을 지낸 민주당 출신 고삼석 위원을 임기 만료 닷새 만에 다시 기용해 5인의 방통위원 구성을 여대야소로 바꿨었다.

허진·안효성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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