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살충제 계란 80% 이미 식탁에…국감서 여야 모두 식약처 질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 출석해 살충제 계란 사태, 생리대 유해성 논란 등과 관련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 출석해 살충제 계란 사태, 생리대 유해성 논란 등과 관련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살충제가 든 계란의 80%가 국민의 식탁에서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에서 청개구리·메뚜기가, 이유식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품 안전과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부실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문제점을 질타했다.

부적합 농장 55곳 계란 중 19.2%만 회수돼 #'반쪽 검사'로 안전 발표했다는 문제 제기도 #청개구리 김치 등 식품 이물질 검출도 지적 #'화합물 유해성 논란' 생리대 대응도 질타 #용어 오해 등 류 처장 발언 실수도 이어져 #"국민 불신 심각, 내부 조직 장악력 상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8월 살충제 계란이 나온 부적합 농장 55곳의 계란 판매량이 총 4326만개이지만 회수된 게 압류·반품을 합쳐 830만개(19.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식탁 위에 오르고 빵·케이크 등으로 쓰였다. 훈제란도 대부분 소비됐다.

  남 의원은 "살충제 계란 10개 중 8개꼴로 국민 식탁에 올라갔다. 식품안전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과 친환경 인증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살충제 계란 사건이 커진 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초기 대응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식약처가 '반쪽 검사'로 계란 안전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독성 물질인 피프로닐 검사를 할 때 국제 기준대로 원래 물질뿐만 아니라 그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변하는 대사 산물을 합해야 하는데 원 물질만 측정했다"고 말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안전성 평가 후에 내부 점검 과정에서 시험법에 빠진 게 있다는 걸 발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도 알린 뒤 앞으로 강화된 검사법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국감에서 공개된 식품 이물질도 충격적이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7년 6월) 식품위생법을 3회 이상 위반한 업체가 2982개, 적발 건수는 1만60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 이물질이 적발된 게 1366건에 달했지만 이 중 89%가 시정명령에 그쳤다. S 식품의 김치에서 청개구리·메뚜기가, E 회사 이유식에서 플라스틱이 나왔지만 이 역시 시정명령만 받았다.

  같은 당 최도자 의원은 해썹 인증 업체 제품에서 이물질이 잇따라 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썹 인증 업체가 2012년 1809개에서 지난해 4358개로 증가하면서 이들 업체의 이물질 혼입도 53건에서 90건으로 70% 급증했다. 최 의원은 "해썹 제품이 믿을 수 있는 먹거리로 자리잡도록 적절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제품들. 최근 불거진 휘발성유기화합물 유해성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하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제품들. 최근 불거진 휘발성유기화합물 유해성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하다. [연합뉴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유해성 논란으로 촉발된 생리대 사태도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민간 단체인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를 식약처가 대신 공개한 것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남이 한 걸 발표하려면 (민관) 공동으로 해야지 정부가 대신 발표하는 게 어딨나"라며 "시험 결과가 완벽하지 않았다면 신속하게 자체 조사해서 발표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도 "올해 3월 시민단체의 연구 결과가 나오고 8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 전까지 식약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도 "국민들은 지금도 생리대를 쓰도 되는지 굉장히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감에선 류 처장이 여러 차례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하는 모습이 재연됐다. 김광수 의원이 생리 패드가 내장된 '생리 팬티' 대책 마련 상황을 물었는데 류 처장은 "팬티라이너"로 동문서답 했다. 김 의원은 "식약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각하고 류 처장 역시 식약처 직원들에 대한 내부 조직 장악력이나 통솔력을 많이 상실했다. 이런 상태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게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추진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식약처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