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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1000년 지혜 기록한 문화유산은 미래 1000년 비추는 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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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 

780년에 만든 대장경 진본 전시 #마애불입상 앞에서 소원 빌 기회 #한국 기록문화 발달사 체험교육

“천년이 지났어도 판이 새로 새긴 듯하고, 나는 새들도 이 집을 피해 기와지붕에 앉지 않으니 실로 이상한 일이다.” 지리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대장경판과 장경판전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는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오는 20일부터 열린다. 인류 최고의 목판예술 팔만대장경을 콘텐트로 한 국내 유일의 정신문화체험형 축제를 미리 들여다봤다.

제2회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장경빛소리관에서 팔만대장경 5차원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합천군]

제2회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장경빛소리관에서 팔만대장경 5차원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합천군]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은 고려(초조)대장경 제조(1011년) 10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팔만대장경의 의미를 전하고 새로운 1000년을 열어나가자는 의미로 2011년에 시작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행사는 오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17일간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 있는 대장경테마파크와 해인사 일원에서 열린다. 팔만대장경의 호국정신을 되새기고 기록문화의 가치를 볼 수 있다. 팔만대장경 진본 전시, 신왕오천축국전, 기록매체전, 기록문화디지털체험, 5차원 영상, 가상현실(VR) 체험, 도예 체험, 이재효 작가 작품전, 해인사의 마애불입상·어수정을 직접 볼 수 있다.

2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개최

축전에는 780년에 제작된 대장경 진본이 전시된다. 해인사에 있는 해인사고려대장경판은 천자문의 순서에 따라 천함에서 동함까지 639개 함에 나눠 수록돼 있다. 이 중 첫 번째 경판인 대반야바라밀다경(600권)은 천함에서 시작해 한 개함에 10권씩 묶어 60번째인 내함까지 60개함에 수록돼 있다. 축전에서는 대반야바라밀다경 진본을 볼 수 있다.

신라시대 승려 혜초의 여행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기록문화 발달사를 배울 수 있는 신왕오천축국전도 만날 수 있다. 올해 개관한 기록문화관에서는 기록의 탄생과 중요성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국새 찍기, 인경, 사진제판 평판화, 실크스크린 체험을 하며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기술적·예술적 발달사를 엿볼 수 있다. 도예체험관에서는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체험장과 전시회도 마련된다. 대장경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5차원 애니메이션, VR 시뮬레이터도 경험해 볼 수 있다.

해인사 대반야바라밀다경.

해인사 대반야바라밀다경.

가야산 단풍, 다채로운 공연 감상

해인사의 가을 비경과 불교 문화유산인 마애불입상도 볼 수 있다. 해인사는 평소에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하지 않은 마애불입상을 공개한다. 마애불입상은 해인사 뒤쪽 산 중턱에 있다. 1200년간 보존된 세계적인 불교문화재인 마애불입상 앞에서 소원을 빌며 간절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은 최근 프랑스 일간지인 ‘르피가로 이모빌리애’ 최신호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0선에 선정됐다. 해인사 소리길의 화려한 단풍을 감상하고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국화와 야생화 전시회도 둘러보면서 가을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개막식이 열리는 대장경테마파크에서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JTBC 팬텀싱어로 유명한 기세중과 최경록을 비롯해 김창완 밴드, 홍진영이 함께하는 축하페스티벌 공연, 신비롭고 환상적인 대장경 아트서커스 퍼포먼스(평일 1회, 주말 2회)가 열린다. 1000년의 과거와 미래의 만남을 이어가는 특별 행사도 있다. 팔만대장경과 같이 나무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며 서각의 멋을 더하는 서각 퍼포먼스, 불교의식 행사인 불모산 영산재, 합천군민의 삶 ‘인생난장’ 등이 진행된다. 중국·인도 등 해외 전통문화 공연, 현악·타악 연주공연, 국악 공연, 게릴라 공연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하창환 합천군수는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은 안으로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고, 밖으로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가족과 연인들이 다양한 체험장과 전시장을 둘러보고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6㎞의 소리길을 걸으며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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