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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안개속, 예측 난무속에 맞는 중국 공산당 당대회 D-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진핑(習近平)  중공중앙 주석,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 / 리커창(李克强) 국무원총리 / 왕양(汪洋)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 한정(韓正) 정치협상회의 주석 / 후춘화(胡春華) 중앙서기처 총서기, 국가부주석, 군사위 부주석 / 리잔수(栗戰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국가감찰위원회 서기 / 천민얼(陳敏爾) 국무원 상무부총리”

외신기자들에게 상무위원 명단 파일 유포 #사실이라면 천기누설에 해당하는 내용들 #당 주석직 부활설에 후춘화 후계설도 포함 #확인 힘든 내용 많아… "그만큼 오리무중"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당대회(18일 개막)가 임박하면서 SNS 계정을 통해 퍼지고 있는 문서 파일의 내용이다. 이 파일에는 ‘중공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 명단 및 분담’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외신기자 중에도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달 하순 당대회 폐막과 함께 공표해야 할 기밀을 미리 퍼뜨린 ‘천기누설’에 해당한다. 먼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공중앙 주석’, 즉 당 주석을 맡게 된다는 건 단연 톱뉴스 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제외하면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화궈펑(華國鋒)만이 잠깐 역임했을 뿐 1982년부터 폐지된 당 주석직을 부활해 시 국가주석이 당주석 자리까지 꿰찬다는 것이다. 이는 완벽한 1인 천하 구축의 의미가 된다. 마오쩌둥조차 한때 당주석직만 맡고 국가주석직은 류샤오치(劉少奇)에 내준 적도 있었다.

당대회 앞두고 상무위원 명단과 그 역할을 점친 문서가 중국 sns에 유포되고 있다. 사진은 궈원구이가 트위터에 올린 상무위원, 정치국원 명단.

당대회 앞두고 상무위원 명단과 그 역할을 점친 문서가 중국 sns에 유포되고 있다. 사진은 궈원구이가 트위터에 올린 상무위원, 정치국원 명단.

이 문서에 나타난 또 하나의 중대 뉴스거리는 후춘화 광둥서기가 국가부주석과 함께 군사위 부주석을 맡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후가 포스트 시진핑의 자리를 굳힌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조차 2007년 상무위원에 진입해 차세대 주자로 내정됐지만 군사위 부주석에 오르기까지는 3년 뒤인 201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는 또 중앙서기처의 총서기를 겸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 7명의 서기로 구성된 중앙서기처에는 총서기란 직책이 없다. 지금 시 주석이 겸임하고 있는 총서기 직책은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의 총서기이지 집행기구인 ‘중앙서기처’의 총서기가 아니다. 따라서 당장 개정으로 공산당의 조직·기구를 개편한 뒤 ‘시 주석, 후 총서기’ 체제로 간다는 얘기다. 이 때의 총서기는 당의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집행기구를 이끄는 사무총장 내지 비서장쯤으로 봐야한다.

1960년대 한때 ‘마오쩌둥 당 주석, 덩샤오핑 총서기’의 시기가 있었지만 이 체제는 문화대혁명 발발과 덩의 실각으로 몇 년 가지 않았다. 내용 하나하나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문건이지만 진위 판별은 어려운 내용들이다.

당대회 앞두고 상무위원 명단과 그 역할을 점친 문서가 중국 sns에 유포되고 있다.

당대회 앞두고 상무위원 명단과 그 역할을 점친 문서가 중국 sns에 유포되고 있다.

이 자료가 급속도로 퍼진 건 궈원구이(郭文貴)가 이 문건을 지난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후의 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으로 거부가 됐지만 부패에 연루돼 미국으로 도피한 궈는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의 비리 사실을 폭로해 왔다. 그 내용 중엔 사실을 확인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
궈는 자신의 트위터에 상무위원 뿐 아니라 25명의 정치위원 명단, 7명의 서기처 서기 명단까지 올렸다. 그러면서 “만약 당대회 결과 변화가 있더라도 궈원구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장까지 덧붙였다.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명단이 유포되고 있다는 건 여전히 당대회의 향방이 오리무중이란 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 주석제 부활 여부나 ^왕치산 기율위 서기의 유임 여부 ^후춘화·천민얼의 거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에서 주요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에서 주요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시진핑 주석의 통치철학인 ‘치국이정(治國理政)’이 어떤 형식으로든 당장(당헌)에 반영될 것이란 사실이다. 이는 지난 14일 7중전회 폐막과 함께 공표된 결과문서(공보)에서 한층 분명해졌다. 다만 '마오쩌둥 사상'이나 '덩샤오핑 이론'과 같이 시진핑이란 이름 석자가 들어갈지 여부와 어떤 명칭을 붙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또 한 가지 7중전회 공보에서 눈여겨 볼 점은 ‘집중통일 영도’란 표현이 두 곳에 걸쳐 강조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발표된 6중전회 공보에서는 시진핑을 ‘당 중앙의 핵심’으로 격상시키고 ‘민주집중제’를 강조하면서도 ‘집단지도체제’를 굳게 유지한다는 문장이 명기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내용이 빠졌다.
때문에 7중전회 공보를 통해 당 주석제의 부활을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궈원구이가 유포한 명단과 더불어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당내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집단지도체제의 사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당 주석제 부활에 대한 당내의 반감이 강하다. 모 대학에서 선발된 당대표들끼리 대화를 나눴는데 대부분 다 주석제 부활에 반대하는 의견이었다”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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