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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두 공룡의 처절한 ‘특허전쟁’ 애플 vs 퀄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퀄컴의 18달러(약 2만원)짜리 통신칩을 놓고 정보기술(IT)업계 두 공룡 퀄컴과 애플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스마트폰 강자 애플과, 통신칩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퀄컴이 로열티를 가운데 놓고 맞붙으면서다. 통신 칩의 부품 공급가는 18달러에 불과하지만 이 특허권의 로열티가 단말기 가격의 5%에 달하면서 빚어진 파워게임이다.

퀄컴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전쟁 발단 #애플, 로열티 부담에 통신칩 자체개발 #퀄컴, 중국서 아이폰 판매금지 요구

 가장 최근의 분쟁 무대는 중국이다. 지난 13일 블룸버그 통신은 퀄컴이 중국 베이징 특허법원에 아이폰의 판매 및 제조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세계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이 퀄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아이폰 판매금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두 회사 간 공방은 올해 초 애플이 퀄컴이 지나치게 많은 특허료를 로열티로 거둬가고 있다며 10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퀄컴이 지난 7월 미국 연방 법원에 "애플이 배터리 수명 증가 등과 관련된 특허 6건을 무단 도용했다"면서 맞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아이폰의 수입금지 조치를 함께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퀄컴은 매년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통신칩 특허를 확보해왔다. 단말기가 팔릴 때마다 5% 수준의 로열티를 받아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비에 쏟아붓고, 나머지를 수익으로 챙기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삼성전자건 화웨이건 단말기 업체들은 퀄컴 앞에서는 꼼짝 못 하고 단말기 한 대를 팔 때마다 30달러 이상을 입금해왔다.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에 의하면 애플은 이보다 낮은 10달러 수준을 로열티로 지급해온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이 최대 고객인데다가 자체 통신칩 개발에 나설 경우 퀄컴의 반갑지 않은 경쟁자로 나설 수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2∼3년간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선전하면서 애플은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올해 아이폰 한대의 제조비용은 소매가 699달러 가운데 236달러로, 점점 오르는 추세다.

비용 가운데 특히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깎아야 했다. 애플이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연간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했다. 애플은 퀄컴에 단말기당 로열티를 4달러로 낮춰달라고 요청했지만 퀄컴이 단박에 거절했다. 빈정이 상한 애플은 아이폰을 조립하는 중국내 5개 업체에 퀄컴에 로열티 지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로열티의 부당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은 지난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달러, 최근 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7억달러 이상의 과징금 판결을 내린 뒷배경으로 애플을 의심한다.

지난달 첫선을 보인 아이폰X. [AP=연합뉴스]

지난달 첫선을 보인 아이폰X.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의 특허소송과 ITC 제소 건은 내년 9월쯤 결론이 날 전망이다.
애플과 퀄컴은 벌써부터 결별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7의 일부 기종부터 인텔의 통신칩을 쓰기 시작하더니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에 퀄컴의 통신칩보다 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인텔칩을 장착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워클리는 “최근 몇달 동안 애플이 전파공학자를 영입해 통신칩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퀄컴 또한 로열티 수입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업체인 NXP반도체 인수에 주력하는게 그런 연유다. 또 통신모뎀 특허를 갖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도 서두르는 중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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