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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70% 할인해주는 여성 전용주택…"남성들도 집 구하기 힘들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잠실에 여성 1인 가구 건립을 구체화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여성안심주택 사업추진계획’ 자료에 따르면 서울 잠실 국유지 1082㎡에 시범사업으로 여성안심주택 40가구(전용면적 50~85㎡) 건설이 추진된다.
종합운동장역과 버스정류장이 반경 500m 내 위치한 곳으로, 임대료는 시세보다 70%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입주 대상은 독신여성, 싱글맘, 여성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70% 이하 1인 가구로 한정되어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는 ‘역(易) 남성 차별’이라며 반발하는 게시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여성전용 임대주택. 당초엔 중장년층을 수혜대상으로 삼았으나, 이번 LH가 추진하는 주택 입주 대상엔 여성 대학생과 사회초년생까지 확대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여성전용 임대주택. 당초엔 중장년층을 수혜대상으로 삼았으나, 이번 LH가 추진하는 주택 입주 대상엔 여성 대학생과 사회초년생까지 확대했다. [중앙포토]

논란의 핵심은 일단 ‘여성 전용’이라는 점이다.
한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엔 “여성 임금차별은 ‘문재인 세대’(50·60대 이상 기성세대) 이야기이고, 현재 20·30대는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성 취업자들도) 사택을 내어주면 다행이지만 그나마도 3~4명이 불편하게 써야하고 닭장 같은 곳에서 월세 40~50만원씩 내고 지내는 사람들 천지인데 1인 남자가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종수(36·회사원)씨도 ”서울에서 주택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싱글대디, 싱글남도 어려운데 왜 싱글맘과 독신여성에게만 전용 주택을 만들어줘야 하냐”며 “치안이 문제라면 저소득층 임대주택을 만들어 남성동·여성동으로 나누면 되는데 왜 같은 세금을 내면서 한쪽만 특혜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이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서울에 올라와서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 등을 다 전전했고, 5년 만에 어렵사리 전세자금대출 받아서 7평짜리 원룸에 살고 있다”며 “더 상황이 안 좋고, 더 힘든 사람이 지원받는 것이 당연하고 문재인 정부가 좋아서 한 표를 줬지만 이번 여성전용임대주택 정책은 꼭 예산 심사에서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에 붙은 매물 리스트. 기사 본문 내용과는 무관. [중앙포토]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에 붙은 매물 리스트. 기사 본문 내용과는 무관. [중앙포토]

특히 ‘시세보다 70% 임대료’ 조건에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높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70% 이하가 조건인) 정부 방침에 빠르면 공식 소득이 170만원 이하인 여성이면 이용이 가능하다”며 “‘노른자’같은 잠실 일대 시세를 감안하면 연 1000만원 가량을 세금으로 얻어내는 셈이고, 월 230만원 버는 남성과 같은 생활 수준을 누리는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LH, 서울 잠실에 여성에 시세 70% 할인된 전용주택 공급 #여성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싱글맘 등 대상 #"남성도 집 구하기 어려워", "세금 걷어 여성에만 혜택" 반발

반면 그동안 차별적 환경에 놓였던 여성에 대해 뒤늦게 배려하는 것이라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그냥 여성전용도 아니고 ‘1인’, ‘중장년’, ‘저소득층’ 여성이다. 대부분이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조건의 남성에 비해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 모두가 동감하시지 않나요”라고 적었다.
조원희(30·대학원)씨는 “한국 사회에서 저소득층 여성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계층”이라며 “여성에게 주어진다기보다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계층에게 주어지는 정부의 대책인데, 다짜고짜 '여성'을 앞세운 부적절한 명칭과 홍보로 남녀 갈등만 키웠다”며 아쉬워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여성전용주택 정책 폐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여성전용주택 정책 폐지 청원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해당 정책을 폐지해달라는 청원(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1170)이 진행 중이다. 여기엔 15일 현재 2만여명이 동의하는 의견을 올렸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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