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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 규제법안 645건 지원하는 법안 328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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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어 국회도 기업 옥죄기

20대 국회 개원 이후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지원하는 법안보다 두 배가량 많이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발의된 총 8919건의 법안 가운데 기업 관련 법안 973건을 분석한 결과다.

20대 국회, 기업 법안 66%가 규제 #환노위는 지원 법안보다 10배 많아 #“규제영향평가 등 별도 절차 필요”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업 관련 법안 중 66%인 645건이 새로 나온 규제이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법안은 34%인 328건이었다.

상임위별로는 노동 이슈를 소관하는 ‘환경노동위’에서 규제 법안을 가장 많이 쏟아냈다. 규제 법안이 223건으로 지원 법안(22건)의 10배를 넘는다.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는 ‘정무위원회’도 규제 법안(166건)이 지원 법안(29건) 수를 압도한다. 44건의 규제 법안을 낸 ‘법제사법위’의 지원 법안 수는 2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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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관련 법안의 3분의 2가 규제 법안”이라며 “규제 폭포로 경영활동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집단소송제 ▶징벌적 배상제 ▶청년고용의무 확대 등을 대표적인 규제 법안으로 꼽는다. 근로자 이사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사주 규제 법안’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최고임금법은 임직원이 받는 최고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행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최고 연봉은 4억82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극장 예고편 상영금지법’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법’ 등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으로 ‘반기업 정서’를 이용하면서 기업 경영을 옥죄고 시장경제를 거스르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정치권의 무차별적 규제 양산을 막기 위해 규제영향평가 같은 별도의 심의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양대 지침’ 폐기, 지주회사 규제,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최저임금·법인세율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지는 친노동 정책과 반기업 규제에 기업들은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이는 세계 주요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는 것과 정반대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장단점이 공존하는 문제인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더 나은 경영 환경을 찾아 생산 기지를 대거 해외로 옮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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