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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구글, 한 달이 멀다 하고 사들이는데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M&A 딱 1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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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삼성전자는 정점에 서 있다. 그런데 모두가 삼성전자를 걱정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13일, 기자가 취재한 금융업계와 학계 관계자 여섯 명이 모두 그랬다.

이들의 우려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삼성전자의 현재 실적은 과거의 바람직한 의사 결정 덕분이다. 미래를 위한 의사 결정을 지금 내려야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사실상 멈춰 있다.”

구글의 M&A 행보

구글의 M&A 행보

스마트폰과 가전 신제품이 쏟아지는데 회사가 멈춰 있다니. 지구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미래가 밝지 않다. 스마트폰과 가전은 이미 많은 시장을 중국에 내줬다. 반도체는 시간문제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중국은 반드시 한국 반도체 산업을 따라잡을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다음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노력도 부족하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시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완전히 멈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M&A는 대기업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설 유일한 방법이다. 어떤 기업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같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혼자 힘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를 알고 있다. 2014년 이후 ‘스마트싱스’(IoT), ‘루프페이’(모바일 결제 솔루션), ‘비브랩스’(인공지능), ‘하만’(자동차 전장) 등의 기업을 빠르게 사들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M&A를 딱 한 건 발표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은 한 달이 멀다 하고 M&A를 단행하고 있는데 말이다.

삼성전자의 M&A 시계는 왜 멈췄는가. 최종 결정을 책임지고 내릴 총수가 없어서라면 삼성전자의 시스템은 문제가 있어도 크게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회사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장기 비전을 세우고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M&A를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총수가 없는데도 M&A가 원활히 진행되고 장기 전략 수립에조차 아무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 말이다.” 한 경영학자의 분석이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21%나 되는 삼성전자 주식의 9.79%를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M&A 시계를 되돌려 성장의 잠재력을 확보해야 하는 게 국가적 과제인 이유다.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 이후 대대적 조직 혁신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진행돼야 한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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