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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각 30% 여성' 약속 지켰는데, 교육부 산하 여성기관장 0명

중앙일보

입력

유리천장

유리천장

 “하루하루 저글링을 하는 기분이에요”
복지부의 5급 사무관 A(35)씨는 삶을 자신의 삶을 가리켜 ‘곡예’라고 표현했다. 두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다녀오는 동안 남자 동기들은 승진했는데 자신은 육아와 일에 치여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다. A씨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조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며 “승진은커녕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유리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단체와 만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며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약속을 지켰지만 각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의 사정은 딴판이다. 부처 산하 공공기관 중 여성 기관장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고, 여성 임원이 1%에 불과한 부처도 적지 않았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공공기관 내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을 집계한 결과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여성 비율을 조사한 결과 3급 이상 고위공무원 1233명 중 여성은 48명(3.98%)에 불과했다. 기재부 고위공무원 112명 중 여성은 1명(0.9%)뿐이고, 조달청은 1명이었다. 국세청과 관세청에는 여성 고위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은행에도 3급 이상 고위직 인사 663명 중 여성은 14명(2.1%)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조폐공사 역시 100명 내외의 3급 이상 인사 중 여성 인원은 5명이 되지 않았다.

최초의 여성장관을 배출한 국토교통부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5%였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 과장급 이상 간부직 90명 중 5명(5.9%)이 여성이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은 더 심했다. 산하기관 22개의 임직원 186명 중 여성은 9명(4.8%)에 불과했다. 한국철도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15개 기관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원식 의원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에 여성 고위급 직원 비율이 전체의 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직원 수가 60명 미만인 기관을 제외한 4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고위급 직원(임원과 1급, 2급)은 총 6692명이다. 이 중 여성은 155명으로 전체의 2%다.

임원만 따지면 여성의 비율은 더 낮아졌다. 48개 공공기관의 상임 임원(사장, 부이사장, 감사 등) 중 남성은 162명이었으나 여성은 2명으로 1% 수준이었고, 1급 역시 남성은 1554명, 여성은 14명으로 여성이 1%에 불과했다. 우원식 의원은 “공공기관 내에서 여성이 승진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산하기관에는 여성기관장이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교육부 산하기관 23개를 분석한 결과다. 또 기관 내 여성 임직원 비율은 58.4%로 남성보다 많았지만,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은 12.3%였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이미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한 만큼 교육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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