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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연장 '디데이' 적막한 내곡동, 태극기 나부끼는 서초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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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내곡동 "내일 올 수도 있어요? 몰랐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이 결정된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은 적막했다. 의경 두 명이 말없이 집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집 앞 감나무에는 빨갛게 익은 감 열매가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 취재진이 집 앞을 서성댔지만, 내곡동 주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던 한 주민은 "박 전 대통령이 오든 안 오든 우리랑은 상관없죠 뭐"라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내곡동 터줏대감이라는 김모씨는 "전직 대통령이 같은 마을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다들 말로는 신경을 안 쓴다고 하지만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이 이곳으로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A씨는 "촛불집회 당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욕하던 사람도 ‘돌아오면 김치 갖다 드릴 거다’ ‘동네에서 만나면 절이라도 해야지’ 말하더라. 속마음은 달라도 권력자였던 사람이랑 가깝게 지내고 싶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주민들이 겉으로만 태연한 척하지, '집값 오를 생각에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 시세가 평당 1500만원 정도인데, 평당 2000만원에도 팔지 말자는 이웃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앞은 조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삼성동 집을 매각하고 내곡동으로 이사했다. 송우영 기자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앞은 조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삼성동 집을 매각하고 내곡동으로 이사했다. 송우영 기자

주민 B씨는 "박 전 대통령이 주소를 이곳으로 옮긴 뒤 구청에서도 신경을 쓴 것 같다"며 최근 석 달 사이 박 전 대통령 집 뒤로 난 산책로를 따라 둑 보수공사, 개천을 건너는 나무다리 설치, 산사태 방지 둑 공사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올해 공사한 것은 맞지만 위험하다는 민원이 있어 지난해부터 계획했던 공사다”고 말했다.

"무죄석방! 즉각복귀!" 서초동에서는 친박 집회

내곡동과 달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로 시끄러웠다. 박사모, 대한애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 구명총연합' 등 친박단체 회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모였다. 각 단체가 들고 나온 스피커에서는 군가가 흘러나왔고, 법원로 양쪽 인도에는 '죄없는 박근혜 대통령 석방하라' '편법 구속연장 강력 반대한다' 등 문구가 인쇄된 현수막과 태극기가 내걸렸다. 이날 오후 집회로 법원삼거리에서 법원 방향 3개 차선 200m 구간이 일시적으로 통제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결정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근처에서 친박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현 기자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결정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근처에서 친박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현 기자

참가자들은 무대에 올라선 진행자를 따라 "탄핵무효" "무죄석방" "즉각복귀" 구호를 외쳤다. 무대에 설치된 모니터로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중계 영상을 함께 시청하기도 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JTBC 태블릿 PC는 절도품이고 조작이다" "방통위원장이 방송장악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장면이었다.

집회는 오후 3시 반쯤 마무리됐으나 '박근혜 대통령 구명 총연합', '서울구치소 청와대지킴이' 등 지난 10일부터 노숙농성 중인 단체들은 법원 근처에 남아 구호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했다.

이현·송우영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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