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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갈 길이 먼 바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32강전> ●박정환 9단 ○구쯔하오 5단

3보(36~50)=흑돌을 내려놓는 박정환 9단의 손길이 거침이 없다. 바둑에서 수순을 빠르게 진행하는 건 보통 형세가 내 쪽에 괜찮다고 보고 있다는 증거. 현재까지는 박 9단이 착점을 주저할 만큼 흑을 괴롭히는 진행은 나오지 않은 듯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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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쯔하오 5단은 38로 끊은 다음 40으로 단수쳐서 하늘로 머리를 내밀었다. 일단 우변 백마가 살 수 있도록 중앙에 숨구멍을 틔워놔야 한다. 43은 백의 급소를 찌르면서 흑의 집도 챙기는 적극적인 공격 수단. 이에 대응해 2선으로 내린 44는 정중하면서도 깔끔한 수비 태세다. 공수의 조화가 정갈하다.
 흑이 45로 넘어가자고 고개를 슬쩍 내밀 때, 백은 '참고도' 백1로 끊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흑2로 뚫고 나오면 백이 둘로 찢어져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내가 약할 때는 분하지만 일단 숨부터 고르고 내 돌을 정비해야 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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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서 구쯔하오 5단은 46으로 민 다음 48로 쌍 립을 섰다. 이제는 흑도 49로 단단히 이어둬야 한다. 백이 한 칸 뛰어 보강하는 50으로 우하귀 접전은 일단락. 여기까진 박 9단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듯하다. 41, 47로 중앙을 향해 쭉쭉 뻗은 흑의 기세가 당당하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바둑이다. 방심하긴 이르다. 박정환 9단이 침착하게 반면을 가만히 주시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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