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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문화와 창작이 결합된 경기상상캠퍼스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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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상상캠퍼스의 청년문화창작소 '스페이스 젤리'의 캠프(사무실). 커튼이 드리워진 어두운 공간엔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밝은 빛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어항 위에 화분이 설치돼 있었다.

경기상상캠퍼스 [사진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 [사진 경기문화재단]

"이 어항에는 새우와 우렁이 등이 살고 있어요. 어항 속 물과 위에 있는 화분을 연결해 식물을 자라게 하는 것이죠. 최소한의 빛만 있으면 되는 데다 식물이 어항 속의 노폐물 등을 흡수하기 때문에 물을 너무 자주 갈아 줄 필요도 없어요."
'스페이스 젤리'의 대표 김지훈(31)씨가 자신이 개발한 수경재배 식물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난해 6월 문 연 문화·예술·창업장 경기상상캠퍼스 #2003년 이전한 서울대 농대 부지에 옛 건물 살려 조성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 창업자 24개 팀 입주 #주민과 함께하는 숲속 장터 '포레포레'도 1년에 4번 열려 #주민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 #문화융합 공간인 경기생활문화센터, 경기생생공화국도 인기

스페이스 젤리는 척박한 우주에서도 키울 수 있는 생물을 키우는, 이른바 우주농업을 추진하는 업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출신의 김 대표를 비롯, 3명이 근무한다. 창의성 등을 인정받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스페이스 젤리 김지훈 대표가 수경재배한 식물을 보여주고 있다. 최모란 기자

스페이스 젤리 김지훈 대표가 수경재배한 식물을 보여주고 있다. 최모란 기자

2015년 창업 당시만 해도 '스페이스 젤리'는 경기상상캠퍼스에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서울대 농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었다.
하지만 6개월 전 상상캠퍼스로 이사를 왔다. 이유는 단 하나. 소비자를 직접 대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반려식물 개발도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이곳은 창업지원센터와 달리 주민 등을 대상으로 체험 교육이나 문화 행사도 진행하고 있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상상캠퍼스가 도심 문화·예술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입주한 청년 사업가들이 주축이 돼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상상캠퍼스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주도로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2003년 서울대 농생대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던 건물 22개 동 중 4개 동을 청년 창업 공간을 비롯한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경기상상캠퍼스 안에 마련된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휴식공간 [사진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 안에 마련된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휴식공간 [사진 경기문화재단]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숲 등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리고 건물도 예전에 서울대가 사용하던 건물의 내부를 약간만 고쳤다. 각 건물에는 생활1980(구 농원예학관), 청년1981(구 농화학관), 공작1967(구 농업공작실) 등 건물이 지어진 연도도 붙였다.
졸업한 서울대 농생대생들이 학교를 찾아왔다가 "예전 학교 모습이 그대로 있다"며 반가워 할 정도다.

경기상상캠퍼스는 3곳으로 이뤄져 있다. 청년 창업자들의 공간인 경기청년문화창작소, 시민들을 위한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생활문화센터다. 또 서울대 농생대 부지의 역사성과 공예·디자인·인문학 등 각종 문화 융합 공간인 경기생생공화국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청년 창업자들이 모여있는 경기청년문화창작소다. 이 곳엔 공동 작업실은 물론 실험실, 미팅·회의실, 기획·전시관, 당직실, 식당까지 있다. 임대료도 3.3㎡ 당 4500원 정도로 싸다. 경기도가 주도해 청년 기업을 위한 컨설팅은 물론 프로모션 지원 등도 이뤄진다.

경기생활문화센터에서 목공예를 배우는 시민들. [사진 경기문화재단]

경기생활문화센터에서 목공예를 배우는 시민들. [사진 경기문화재단]

이런 특징 탓에 올해 초 입주 창업자 모집 당시 80개 팀이 지원했다고 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들 중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문화·창작 기획자 24개 팀을 선정했다. 대부분 30~30대 젊은 창업자다.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직접 꾸미고 지켜야 할 규정도 스스로 만들었다.
경기문화재단은 상상캠퍼스가 젊은 창업자들의 공간인 만큼 직원들도 20~30대 위주로 배치했다고 한다. 사무실을 '캠프', 입주자를 '그루버'로 부르는 문화 등도 이들을 통해 나왔다.

스포츠 문화기획 업체인 'BNI' 백현수(29) 대표는 "유아나 청소년 등을 상대로 놀이·안전교육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숲 안에 조성된 캠퍼스 분위기가 우리 업체 특성에 꼭 맞다고 생각해 입주하게 됐다"며 "이후 기업 컨설팅에서 '스포츠에 문화를 접목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실행하면서 프로그램이 더 다양해 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6월 열린 경기상상캠퍼스 개관 행사 당시 모습. [사진 경기문화재단]

지난해 6월 열린 경기상상캠퍼스 개관 행사 당시 모습. [사진 경기문화재단]

청년 창업가들은 주민들을 위한 각종 문화사업 등에도 참여한다. 경기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주민 대상 프로그램의 강사로도 활동한다.
디자인·뮤직·양조·사진·목공·자전거 등 6개 공방도 설치해 정기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디제잉을 가르치는 17년 경력의 DJ 이길석(39)씨(활동명 DJ쿠마)는 "수업료도 저렴한 편인데다 고가의 디제잉 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서 고양 일산에서도 배우러 온다"고 했다.

자체 행사도 마련했다. 캠퍼스에 입주한 청년단체와 생활공방 단체가 창작한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도 할 수 있는 숲 속 장터 '포레포레'가 대표적이다. 매년 4차례 열리는데 청년 창업자들이 행사 기획은 물론 운영에도 참여한다. 행사에 인근 지역 부녀회를 참여시키면서 주민 문화 행사로 자리잡았다.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열린 포레포레 행사 모습 [사진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열린 포레포레 행사 모습 [사진 경기문화재단]

독립 출판사인 '40000㎞'의 오린지(28·여) 대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물을 활용하는 예술교육 등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님들도 많다"고 했다. 경기문화재단은 '포레포레 행사를 더 열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내년부터는 행사를 6차례로 늘릴 예정이다.
강원재 경기상상캠퍼스 예술감독은 "상상캠퍼스는 창작활동이 직업이 되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지역 장인 발굴 프로젝트 등 주민이 강사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하면서 청년 창업가는 물론 주민들의 호응도 크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경기상상캠퍼스 위치도

경기상상캠퍼스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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