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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중생, 실종 신고 뒤 12시간 이상 살아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중생 살해범으로 지목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서울 망우동 집에서 11일 열렸다. 건물 5층이 이 씨가 거주하던 주택이다. 주민과 기자들이 모여 있다. 신인섭 기자

여중생 살해범으로 지목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서울 망우동 집에서 11일 열렸다. 건물 5층이 이 씨가 거주하던 주택이다. 주민과 기자들이 모여 있다. 신인섭 기자

이영학(35)에게 살해된 피해 여중생 김모(14)양이 가족의 실종 신고 뒤에도 13시간 가량 살아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이의 집주소를 빨리 파악해 이른 대처를 했더라면 김양이 살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종신고 이튿날까지 이영학 딸 존재 몰라 #피해 여중생 사망 7시간 뒤에야 존재 인지 #경찰 "부모가 언급 안해 알 방법 없었어"

서울 중랑경찰서는 1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김양이 실종 이튿날인 10월1일 오전 11시 53분에서 오후1시 44분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양의 부모는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전날인 30일 오후 11시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 때부터 김양의 사망추정 시간인 이튿날 오후까지는 약 12~13시간이 있었다.

경찰은 신고 직후 김양의 휴대전화 위치정보가 마지막으로 수신된 망우사거리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경찰은 당시만 해도 범죄 피해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랑서 관계자는 “딸이 나가서 귀가하지 않았다는 게 112 신고 내용인데 지구대 직원이 어머니를 만났을 때 범죄 피해가 특정이 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부모가 말 안해 이영학 딸 만나는 줄 몰랐다”
경찰은 신고한 사람이 말하지 않은 탓에 이튿날인 지난 1일 오후 늦게까지도 피해 여중생 김양이 이영학의 딸 이모(14)양을 만나러 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중랑서 관계자는 “1일 오후 9시에 김양 어머니께 전화를 해 필요한 게 없냐 물었더니 그제야 ‘ㅇㅇ이(이영학의 딸)를 만나서 놀다가 헤어졌다’고 했다. 그 때 만난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 부모가 이영학의 딸을 만나러 갔다고 얘기를 해줬으면 우리는 특정을 할 수 있었을 거다. 우리는 당시 이영학이 누군지도 몰랐다. 전과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양에 대한 언급이 실제로 없었는지는 112 신고기록 등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여중생 어머니가 경찰에게 이양의 존재를 언급했지만 경찰이 무심코 지나쳤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 A씨는 하루 전날인 실종 당일 자정쯤 이양과 통화도 했다. 당시 이양은 "오후 2시 반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헤어졌다"고 거짓 답변했다.

경찰이 이양의 존재를 알았을 1일 오후 9시는 김양이 숨진지 약 7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이영학은 이날 정오를 전후해 김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강원도 영월에 유기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이영학 집 찾은 건 김양 숨진 다음 날
경찰이 이영학의 집을 찾아간 때는 하루가 더 지난 2일 오전 11시쯤이었다. 중랑서 관계자는 “학교 친구를 수소문해 집을 찾아갔다. 탐문하는 과정에서 그집이 자살사건 집이라는거 알고 이영학의 존재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0시간이 더 지난 이날 오후 9시 이영학의 집에 불이 켜진 걸 확인한 뒤 사다리차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영학이 딸과 함께 김양의 시신을 유기한지 한참 뒤였다.

중랑경찰서는 이틀이 더 지난 4일부터 김양 실종사건이 범죄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 김양이 숨진지 사흘 뒤다.

시간대별 상황 정리

<9월30일> 

오후 12시20분
이영학 딸 이모(14)양 피해 여중생 김모(14)양 데리고 귀가
김양은 이영학의 딸이 건넨 수면제 음료 마시고 잠듬

오후 3시40분
이양 “친구 만나겠다”며 집 나감

오후 8시14분
이양, 이영학과 함께 귀가

오후 11시
피해 여중생 김양의 부모 경찰에 실종신고

<10월1일>

오전 11시53분~오후1시44분
이영학, 김양 목 졸라 살해

오후 5시18분
이영학과 딸, 시신 담은 가방 싣고 떠나

오후 7시
이영학과 딸, 강원 정선 모텔에 입실

오후 9시
경찰, 김양이 이영학 딸 만나러 갔음을 처음 인지(경찰 주장)
이영학과 딸, 강원 영월 야산에 김양 시신 유기

<10월2일>

오전 1시20분
이영학과 딸, 강원 정선의 모텔 퇴실

오전 3시
이영학과 딸, 서울 도봉동 은신처로 이동

오전 11시
경찰, 이영학 집 최초 발견

오후 9시
경찰, 사다리차 타고 이영학 집 진입해 수색

<10월4일>

경찰, 정식수사 전환

<10월5일>

경찰, 이영학과 딸 도봉동 은신처에서 긴급 체포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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