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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이중배상금지 독소조항 삭제 합의, 권력구조 개헌은 요원... 개헌특위 중간결과 발표

중앙일보

입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현행 헌법에 있는 ‘군인 등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제, 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개헌특위는 11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지난 8월 29일~9월 28일에 전국을 순회하며 11차례 ‘헌법개정 국민 대토론회’ 열어 논의한 내용을 정리하고 중간 점검하는 자리였다.

 특위가 유일하게 합의한 내용은 ‘군인의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헌법 29조②에는 ‘군인ㆍ군무원ㆍ경찰공무원 등이 전투ㆍ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받은 손해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1972년 유신 헌법이 만들어질 때 헌법에 들어간 이 조항은 군인ㆍ경찰 등이 배상받을 권리를 제한해 독소조항으로 불려왔다. 흔히 “군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고들 하는데 베트남 전쟁 때, 죽거나 다친 젊은이가 소송을 통해 배상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을 그렇게 표현한 게 유래가 됐다.

 기본권 조항 논의에선 합의까지는 아니어도 진척은 있었다. 특위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데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 거주하는 국민이 아닌 사람에게도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평등권(11조①) 조항에 ‘장애ㆍ인종ㆍ언어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 등으로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하는 것도 추진될 전망이다.
 기본권 신설 문제도 논의됐다. 먼저 안전권을 신설하기로 했다. 자연재해나 전쟁·사고 등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형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개헌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토론회에서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며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의견,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내각제 도입 등 각각의 의견이 제시됐고, 남북대치상황이나 87년 헌법정신을 들어 정부형태 변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부산), ‘5.18 광주 민주화운동’(광주), ‘2.28 민주화운동’(대구), 6.10 민주항쟁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개헌특위가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개헌 대국민 홍보영상이 상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보 영상을 만든 광고제작사는 ‘행복개헌’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홍보영상을 선보였는데 이를 두고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페인 광고카피와 동일하다”(국민의당 이상돈 의원) “가장 중요한 제왕적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에 대한 내용은 없고 듣기에 좋은 말만 담았다”(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는 지적이 나오면서였다.

개헌특위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내년 2월까지는 특위 차원의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3월에 개헌안을 발의하고, 5월24일까지는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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