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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해의 득세와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고속승진…'김정은의 노동당' 사실상 완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은 7일 평양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했다고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7일 평양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했다고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은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대규모 인사개편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8일 일제히 전했다.

노동당 인사개편 발표 내용에 따르면 박광호, 박태성 평안남도 당위원장, 태종수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안정수 당 중앙위 부장, 이용호 외무상이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다. 보선은 북한에서 형식적 선거를 통해 노동당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뜻한다. 최휘 함경북도 당 부위원장, 박태덕 황해북도 당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정경택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신임 정치국 위원ㆍ후보위원 가운데 박광호와 정경택에 대한 구체적인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여정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다.

최용해 중앙위 부위원장, 이병철 중앙위 제1부부장, 정경택, 장길성 인민군 상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뽑혔다. 박광호·박태성·태종수·박태덕·안정수·최휘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됐다.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정무국 업무를 맡는다.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가운데)가 투표권 행사를 위해 당원증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가운데)가 투표권 행사를 위해 당원증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당이 국가보다 우선인 북한 체제에서 정치국ㆍ군사위ㆍ정무국은 당의 핵심 조직이다.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ㆍ지도하는 정치국은 사실상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이다. 김정은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용해와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상무위원ㆍ위원ㆍ후보위원은 권한의 차이를 둔다. 이용호와 박태성은 능력을 인정받아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올라갔다. 중앙군사위는 북한의 군사ㆍ국방을, 정무국은 당 내부 사업을 각각 담당하는 기구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이번 인사로 김정은의 신임을 받은 인사들이 대거 약진하면서 ‘김정은의 노동당’ 틀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2015년 장석택 숙청으로 단단해진 김정은 체제가 이제 반석에 오른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린 인사”라고 평가했다.

최용해와 김여정이 이번 인사의 큰 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최용해는 당 중앙군사위원과 함께 당 부장 직위를 받았다. 박 교수는 “최용해는 2014년 4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뒤 군에서 멀어졌으나 이번에 다시 중앙군사위로 컴백했다”며 “김정은이 군의 실세인 황병서를 최용해와 경쟁시키면서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용해와 함께 일을 한 경력의 인사들도 등용됐다.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오른 최휘는 최용해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였을 때 밑에서 그를 도왔다.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된 안정수는 최용해와 함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업무를 맡았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 참가자들이 7일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부터 최용해 중앙위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 참가자들이 7일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부터 최용해 중앙위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연합뉴스]

김여정 당 부부장의 고속승진도 눈길을 끈다. 김여정은 2014년 11월 당 중앙위 부부장이 되면서 처음 공직에 나섰고, 지난해 5월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나이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과 군 대장 등을 거쳐 66세 때 정치국 위원이 된 데 비해 빠른 속도다. 김여정은 지난해 5월 36년 만에 개최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김정은 곁에서 축하 꽃다발을 직접 받아 챙겼다. 김정은이 참석하는 중요 행사엔 반드시 김여정이 수행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신진 ‘김정은 맨‘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선대인 김일성ㆍ김정일 때부터 대를 이어가면서 충성한 집안 출신”이라고 말했다. 최용해(항일빨치산 최현의 아들), 이용호(이명제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아들), 최휘(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차두현 위원은 “김정은은 대북제재가 강화하는 가운데 노동당 인사를 통해 북한의 파워 엘리트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재강도가 높아져 돈줄이 마르면 파워 엘리트의 충성심이 계속 유지될지 물음표”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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