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미모맛집]다진 고기 말고 진짜 갈비 써야 떡갈비죠

추석 연휴 동안 고향이나 휴가지를 오가는 길, 지방 여행길에 들를 만한 ‘오늘 문 여는 미모맛집(미쉐린가이드도 모르는 맛집)’을 매일 한 곳씩 소개한다. 당연히 그날 문 여는 맛집들이다. 1일 화성 백년꽃게장에 이어 오늘은 담양 떡갈비집 덕인관이다. 

담양의 대숲. [중앙포토]

전남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자 맛의 고장이다. 담양을 여행한다면 대나무 우거진 숲을 산책하고, 죽통밥과 죽순 요리를 먹어봐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쉽다. 담양을 대표하는 음식, 떡갈비를 빠뜨려선 안된다. 떡갈비는 담양과 화순, 경기도 광주와 양주 일원에 전해 내려오는데 담양식 떡갈비는 여느 지역과 다른 개성을 자랑한다. 담양 떡갈비는 갈비뼈가 들어있는 모양부터 보드라운 식감까지, 오직 이 맛을 찾아 담양까지 내려오도록 사람 마음을 충동하는 힘이 있다.

1등급 이상 한우암소 갈빗살로 만든 담양 덕인관의 떡갈비.

담양 떡갈비가 다른 지역 떡갈비와 다른 것은 소고기를 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양의 유명한 떡갈비집인 덕인관에 전화를 하면 ‘고기를 갈거나 다지지 않는다’는 통화연결음이 나온다. 담양식 떡갈비의 핵심을 설명한 말이다. 덕인관은 처음 담양에 문을 연 1963년부터 이 방식으로 떡갈비를 만들어오고 있다.
덕인관의 떡갈비는 대략 이렇게 만든다. 1등급 이상 한우 암소의 갈빗살을 골라 등심 부위에 잔 칼집을 낸 뒤, 얇게 썬 안창살을 함께 뭉쳐 동그랗게 모양을 낸다. 고깃덩이 사이에는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간장 양념을 한다. 그리고 갈비뼈 위에 올려 놓고 구워낸다. 굳이 떼낸 갈비뼈를 다시 붙이는 게 흥미롭다. 여러 설이 있는데 과거 양반들이 갈비를 뼈채 잡고 뜯는 것은 품위가 없다 하여 살점이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다. 그러니까 떡갈비는 예부터 왕가나 반가에서 먹던 고급 음식이라는 말이다. 예부터 담양에는 한양에서 내려온 선비, 양반이 많이 살았다.

떡갈비 자체도 맛있지만 함께 내주는 반찬도 훌륭하다.

예전에는 숯불에 떡갈비를 구워냈지만 지금은 무쇠팬을 이용한다. 뭉근하게 구을 수 있어 떡갈비의 수분과 육즙이 덜 빠져나가고 고기가 빨리 식지 않는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먹는 떡갈비는 개량식 떡갈비여서 담양식 떡갈비와는 많이 다르다. 대부분 일반 정육(살코기)을 갈아서 사용한다. 동그랑땡과 비슷하다. 떡갈비라는 게 떡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붙은 이름인데, 실제로 떡을 넣은 떡갈비를 먹는 곳도 있다.

54년 역사 자랑하는 담양 덕인관 #갈비뼈 붙은 개성 있는 떡갈비 #1등급 이상 한우암소 갈빗살 사용 #고기 갈지 않고 잔 칼집 내는 게 비결

담양 덕인관 떡갈비.

덕인관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었다. 인동 장씨 18대 종부인 장막래씨가 1957년 담양으로 시집 와서 ‘덕인 음식점’이라는 숯불갈비집을 열었다. 장씨는 1960년대 말께 담양등기소를 자주 찾던 광주법원 판사들의 요청에 따라 떡갈비를 기본으로 하는 백반 한정식을 내놓았다. 떡갈비 맛은 금세 주변 지역까지 퍼저갔고, 장씨는 1970년대 초부터 떡갈비를 단독 메뉴로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덕인관은 2009년 12월18일 남도 음식 명가로 지정되는 등 담양을 대표하는 떡갈비집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장씨는 일선에서 물러났고 아들 박규완 사장이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덕인관이 워낙 떡갈비로 유명하다보니 이 집말고도 ‘덕인관’ 혹은 ‘덕인’이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하는 집이 많다. 이중 상당수가 아류다. 박규완 사장이 운영하는 본관(061-381-7881)은 담양읍 백동리(죽향대로 1121), 담양 톨게이트 근처에 있다. 광주 롯데백화점, 전남 구례 등에도 직영점이 있다. 떡갈비 3대(200g) 2만9000원. 추석 연휴 중엔 10월4~6일이 휴무다(본관 기준).

◇오늘(10월3일) 문 여는 다른 미모맛집은 어디?

-경기 화성 백년꽃게장
-강원 강릉 초당면옥, 속초 미시령 황태연가
-충북 괴산 할머니네 맛식당
-전북 군산 뽀빠이냉면

-전남 구례 부부식당
-경북 영덕 죽도산
-경남 통영 굴향토집, 통영 멸치마을, 통영 분소식당, 창원 오동동 아구할매집, 하동 혜성식당, 진주 하연옥
-부산 거북이횟집
-제주 낭푼밥상, 신라원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다음은 소개순서
10월1일: 화성 백년꽃게장
10월2일: 전북 군산 일풍식당
10월3일: 전남 담양 덕인관
10월4일: 강원도 속초 미시령 황태연가
10월5일: 충북 괴산 할머니네 맛식당
10월6일: 전북 익산 진미식당
10월7일: 강원도 강릉 서지초가뜰
10월8일: 전남 구례 부부식당
10월9일: 부산 감천아지매 밥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