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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한우 vs 일반 한우, 뭐가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6일 찾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에 있는 한우농장인 ‘설성목장’. 도로에서 1㎞ 정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니 삼삼오오 모여 풀을 뜯는 소 떼가 보였다.

항생제 투약 여부가 관건…사육 방식에 대한 논란도 #친환경 한우가 가격 5~10% 더 비싸지만 찾는 사람 늘어 #질긴 고기도 냉장 숙성하거나 연화제 넣으면 맛있어져

500여 마리 한우(암소)와 송아지는 해발 650~800m 높이의 산악 구릉 지대 조성된 52만8000㎡(약 16만평) 목장에서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고 있었다. 국내에서 손에 꼽는 방목형 한우농장이다. 현재 국내에는 한우를 방목해서 키우는 목장 형태의 농장은 5곳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기른 한우는 친환경 한우다. 항생제를 비롯한 어떤 약품도 투약하지 않고 키운다. 송아지를 하루에 6시간 들판에 풀어놓아 면역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운동도 시킨다.

사료가 아닌 풀을 먹고 자라면서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습성을 유지한다. 조성진 설성목장 조성진 상무는 “이렇게 키운 한우는 골격이 튼튼하게 형성되고 지방이 많지 않다”며 “건강할 뿐 아니라 고기 맛도 깊고 진하다”고 말했다.

해발 600~850m 산악 구릉 지대에 조성된 설성목장에 방목된 한우가 풀을 뜯고 있다. 최현주 기자

해발 600~850m 산악 구릉 지대에 조성된 설성목장에 방목된 한우가 풀을 뜯고 있다. 최현주 기자

살충제 계란, 구제역 돼지고기, 간염 베이컨 등이 논란이 되자 최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즐겨 먹는 먹거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자 먹거리 전체에 대한 공포로 번졌다.

불안하지만 직접 키워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몸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을 뻗지 못하던 주부들이 요즘 마트뿐 아니라 산지에서 직접 친환경 먹거리를 배송시키고 있다.

값이 비싸 평소 잘 먹지 못하는 한우도 친환경을 찾는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추석 친환경 한우 선물세트 판매신장률(지난달 15~20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6%였다. 일반 한우 선물세트 신장률의 두 배다.

가격은 일반 한우 선물세트보다 5~15%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가 올 추석 처음으로 내놓은 무항생제 한우 선물세트도 인기몰이를 했다.

친환경 먹거리는 유기합성 농약, 화학비료나 사료 첨가제 같은 화학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을 사용해 생산됐다. 크게 유기농과 무항생제(무농약)로 나뉜다. 친환경 한우의 경우 무항생제 한우를 뜻한다. 항생제나 합성 항균제, 호르몬제가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먹여 키운다.

하루 6시간 들판에 방목되는 소들은 나머지 시간은 넓은 우리에서 지낸다. 최현주 기자

하루 6시간 들판에 방목되는 소들은 나머지 시간은 넓은 우리에서 지낸다. 최현주 기자

논란은 있다. 친환경 사료를 먹였다고 해서 다 친환경 한우가 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한우(육우) 농가는 9만4000곳에 달한다. 대부분 5㎡(약 1.5평) 정도 되는 공간에 소를 한 마리씩 가둬 키운다. 움직이지 않고 사료만 먹어 몸집이 빨리 커진다. 소는 마리당 무게에 따라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몸집이 커져 몸무게가 늘어나면 곧 수익이 높아진다.

30개월 소를 도축하면 먹을 수 있는 고기 형태의 지육이 400㎏, 지방이 100㎏이다. 방목한 소는 지방이 더 적다. 소 가격은 전체 무게(지육+지방)로 책정된다. 이런 이유에서 방목형 농장을 찾기 힘들다. 서대호 설성목장 유통사업부 팀장은 “소를 방목할 만한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고 매일 축사에서 꺼내 방목했다가 다시 모아서 넣는 관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항생제를 투약했다고 무조건 유해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항생제는 체내에 쌓이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배출된다. 오현준 이마트 한우 바이어는 “일반적으로 출하(도매 시장 판매) 3~6개월 전에는 항생제를 투약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항생제를 맞아더라도 모두 빠져나간 이후에 도축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국내 한우농장은 5㎡(약 1.5평) 우리에 소를 가두는 방식으로 키운다. 친환경 한우인 무항생제 한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국내 한우농장은 5㎡(약 1.5평) 우리에 소를 가두는 방식으로 키운다. 친환경 한우인 무항생제 한우도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항생제 투약 여부보다 사육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복지엔 가축 본래의 습성에 맞춰 고통이나 상해로부터 자유롭고 공포나 스트레스 없는 환경이 필요하다.

1822년 영국에서 동물복지법이 처음 제정된 후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잇달아 제도화했다. 국내에선 2011년 8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및 축산식품 표시제가 최초로 도입됐고 2012년 닭, 2013년 돼지에 이어 2015년 한우(육우, 젖소)로 확대 적용됐지만 이를 실천하는 곳은 드문 상황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좋은 고기 고르는 법은?
한우는 밝은 선홍색이면서 윤기가 나는 고기가 좋은 고기다. 질긴 고기라도 냉장 상태에서 충분히 숙성할 수록 고기가 맛있어 진다. 고기를 진공포장하거나 랩으로 밀착포장해 섭씨 0~4도에서 7~21일간 저장하면 사후강직이 풀리고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고기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부드러워지고 맛이 좋아진다. 이 때 냉장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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