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출 신기록의 기세, 고부가 신산업으로 이어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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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월 수출이 1년 전보다 35% 늘어난 551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통계를 낸 6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용도 좋다. 반도체가 70%, 철강이 107.2% 늘어나는 등 주력 품목 대부분 선전했다. 13개 주력 품목 중 무선통신기기·가전·자동차부품 등 3개 품목을 빼곤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수를 누리는 반도체를 빼고도 수출 증가율이 29.3%에 달한다. 수출 경기 회복이 산업 전방위로 확대됨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아직 살아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 반갑다. 선진국과 신흥시장에서 모두 수출이 늘어난 데다 노골적인 사드 보복을 해대는 중국 수출도 23.4% 늘며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여줬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같은 첨단 분야 수출이 급증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수출 호조가 경제와 국가 신인도 안정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걱정도 없지 않다. 수출이 늘어난 업종 대다수가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일자리나 가계소득으로 연결돼 체감경기를 살리기엔 효과가 제한적이다. 수출 호조가 양극화를 부추겨 국내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이러려면 기업이 수출로 번 돈을 활발히 재투자할 수 있게끔 신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기업들도 좀 더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는 경영을 통해 내수 진작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를 빼면 주요 산업에서의 한·중 기술 격차가 몹시 줄었다.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을 백안시하고 압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