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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CEO

중앙일보

입력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에서 원하는 DNA 일부만 정교하게 잘라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 치료의 핵심이다. 1세대(징크핑거)·2세대(탈렌)를 거쳐 2012년 3세대 유전자가위(크리스퍼카스9·Crispr-Cas9)가 등장한 이후 유전자 치료 산업의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이 나왔다는 것은 기존 방식보다 저렴하면서 쉽고 빠르게 유전자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글로벌 의학 전문 컨설팅 업체인 '오캄스비즈니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유전자치료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5992억 달러에서 2022년 22억9800만달러(약 2조6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레이첼 하울위츠(32, 사진)는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이하 카리부)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카리부는 유전자가위 기술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기업 중 하나다. 하울위츠는 노벨화학상 유력 후보로 평가받는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함께 3세대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논문을 썼고, 카리부를 공동창업했다.

노바티스·듀폰 등 대기업 엔젤투자가 #유전자 가위 선도 기업 산파 역할 #미국 정부 규제 완화도 기술 발전 이끌어 #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서 강연한 하울위츠를 이날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하울위츠는 "카리부가 자리 잡기까지 대기업의 투자와 미국 정부의 신기술 허용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카리부를 창업한 2011년 말만해도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연구실에서나 볼 수 있는 개념이었다. 당연히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벤처캐피탈에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다음에 봅시다(come back later)"라는 소리를 들으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대기업이었다. 사업성을 아무도 믿지 않던 시절 노바티스와 듀폰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우드나 교수와 공동으로 쓴 2012년 박사학위 논문을 읽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대기업의 엔젤 투자가 유전자가위 기술 선도기업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카리부는 지금까지 4150만 달러(약 47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한 미국 정부도 기술 발전에 역할을 했다. 카리부는 유전자를 조작해서 가뭄이나 병에 강한 콩·밀을 개발했다. 최근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안정성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가위로 특정 DNA를 제거한 옥수수를 GMO로 분류하지 않았다. 하울위츠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세계 식량 위기에 맞서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다른 나라보다 유전자가위 산업이 발달한 배경으로 그는 '연구와 동시에 산업적 활용성을 고민하는 문화'를 꼽았다. 하울위츠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보스턴 일대의 대학·연구기관은 산업 활용 방안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고민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은 대거 찍어내지만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특히 연구진들이 도전하다 실패해도 도전 자체를 ‘영광의 상처’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그는 “신산업·신기술은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며 "바이오 분야도 도전적인 연구가 많은데 여기서 실패하면 투자자들은 이를 명예로운 상처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카리부의 매출은 주로 신약개발과 농작물 형질개선 등에서 나온다. 일단 질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유전자가위를 활용하고 있다. 겸상적혈구증·혈액암 같은 일부 유전질환은 유전자를 조작하면 치료할 수 있는데,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엔 노바티스와 합작해서 손상된 DNA가 어떻게 복귀되는지 원리를 규명해 논문을 공동발표하기도 했다.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2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를 본지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미국 내에서는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 기술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특허권을 놓고 UC버클리 연구진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하버드대가 공동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가 첨예하게 대립해 특허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UC버클리가 관련 기술을 먼저 개발했지만, 브로드연구소는 이 기술을 인간 등 포유류에 먼저 적용했다. 특허소송 1심에서 패소한 UC버클리 연구진은 항소한 상황이다.

하울위츠는 “최종심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1심과 같은 결론이 나더라도 UC버클리에게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1심이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의 전반적인 특허권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1심 판결을 기준으로 해도, 특정 기업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려고 한다면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 양측 모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특별히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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