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보수단체 5곳 이상, 다른 이름 걸고 같은 활동 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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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명 ‘화이트리스트’로 불리는 보수 성향 단체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의 관리를 받으며 활동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다. 지난 26일 이들 단체를 압수수색한 검찰 수사팀의 관계자는 “5개 이상의 단체가 허현준(49)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자금 지원과 관리를 받으면서 운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단체가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이명동체(異名同體)’로 활동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회원들로부터 “허 전 행정관이 자금 지원과 활동 등에 있어 대표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현준 전 행정관이 사실상 대표” #자금 지원하고 관리·운영한 정황 #검찰 “허씨, 연휴 뒤 피의자로 소환”

앞서 검찰은 ‘시대정신’ ‘청년이여는미래’ ‘청년이만드는세상’ 등 9개 보수 성향의 단체와 허 전 행정관, 최홍재(49) 전 대통령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허 전 행정관은 청와대 입성 전 시대정신 사무국장으로, 최 전 선임행정관은 같은 단체 이사로 활동했다. 이들 단체는 박근혜 정부 때 여당 정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거나 야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등 친(親)정부적인 활동을 해 왔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2013년 이후 새로 생긴 보수단체(청년리더양성센터, 청년이만드는세상, 청소년통일문화)의 설립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단체를 포함해 시대정신 등 6개 단체는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 대상이 된 단체의 전·현직 운영진이 단체를 바꿔 가며 ‘겹치기 활동’을 한 경위도 파악 중이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을 추석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부를 계획이다.

전북대 88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낸 허 전 행정관은 1995년 한총련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보수 활동가로 변신한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했다. 중앙일보는 허 전 행정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검찰에 휴대전화 등을 압수당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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