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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생일 기해 짐싸야 하는 중국내 북한 식당…북한 돈주머니 얼마나 비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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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에서 영업 중인 북한 업체(합작기업 포함)들의 문을 닫으라는 중국 상무부의 28일 통보로 북한 식당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재 중국에서 돈벌이 중인 북한 기업은 대부분 중국과 합작 형태로 설립한 식당들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북한은 중국에서 영업활동을 할 만한 자본이나 기술이 없다”며 “중국의 사업가나 건물주가 임대료를 내고 북한 종업원들이 요리나 서비스를 하는 형식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태국을 비롯해 12개 나라에서 130여 개의 식당을 운영중이다. 이중 90%이상인 100여곳 이상이 중국에 있다.

중국 상무부 120일 이내 짐싸라, 중국내 북한 식당 된서리 #소자본으로 외화벌이 가능하자 2000년대 중반 북한 중국내 식당 창업 붐 #한국 여행객, 중국 간부 큰손. 그러나 지난해부터 매출 급감

북한 체육지도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은반관. [사진=연합뉴스]

북한 체육지도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은반관. [사진=연합뉴스]

 ①중국, “김정은 생일 다음날까지 문 닫아라”= 중국 당국이 북한 기업의 철수를 못박은 날짜는 내년 1월 9일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를 결의한 12일 기준으로 120일 째가 되는 날이다. 안보리는 대북 제재 2375호에서 120일 이내에 해외에서 운영중인 북한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중단토록 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1월8일) 다음날이다.
 정부 당국은 중국내 식당 종업원이 2000여명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에서 요리를 전공한 요리사와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이다. 또 식당 운영과 종업원들을 감시하는 요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한번 해외에 나오면 3년간 외화벌이를 한 뒤 돌아간다. 모두 숙소를 정해놓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사상학습을 통해 이탈을 막는다. 중국내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해외로 파견업무를 나가는 건 업종을 불문하고 혜택으로 여기고 있다”며 “해외에서 생활하더라도 생활공간이 한정돼 답답한 생활을 하지만 해외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해외 파견을 위해 뇌물이 오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물을 주고 해외에 나온 경우 갑자기 돌아가게 되면 불만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북한 식당인 북경평양해당화의 용새우(랍스터) 요리. 이곳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호황을 누리며 베이징 안에 분점을 열기도 했지만 중국 상무부의 퇴출 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중앙포토]

베이징의 대표적인 북한 식당인 북경평양해당화의 용새우(랍스터) 요리. 이곳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호황을 누리며 베이징 안에 분점을 열기도 했지만 중국 상무부의 퇴출 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중앙포토]

 ②왜 중국에 북한 식당 많나=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경 평양해당화와 은반관, 옥류관 등은 대표적인 북한 식당으로 꼽힌다. 북한 대사관 인근에 있는 은반관의 경우 북한에서 출장나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북한 당국자나 주민들은 출장이나 제3국으로 환승하기 위해 베이징에 머물때 대사관 경내에 있는 숙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해당화의 경우 씀씀이가 큰 중국 간부나 사업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북한의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으로 공수해와 신선도가 높고 가장 북한스러운 맛을 낸다는 이유에서다. 냉면에서부터 북한에서 ‘용(龍)새우’라고 부르는 랍스터 회까지 다양한 음식을 제공해 왔다. 음식값도 다른 북한 식당에 비해 비싼편이다.

 그럼에도 호황을 누리자 분점을 내거나 북한산 김치를 가져다 팔기도 했다. 2013년 처형된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뒤를 봐줬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들은 누군가 뒤에서 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당이나 내각의 부처나 기관들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은 부처 자체적으로 외화를 조달해야 하는 경우 있는데 상대적으로 쉽게 외화를 벌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2000년대 들어 중국내 식당 개점 열풍이 불었고, 자체 경쟁이 치열해졌다. 종업원들은 해외로 나가기 위해 로비를 하고, 식당들은 미모나 음악재능을 지닌 경쟁력있는 종업원 선발 경쟁을 펼친 것이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 식당에선 저녁시간에 공연을 하면서 손님들을 끌었다”며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다녔던 음악전문학교인 금성학원 출신들의 프로급 연주자와 가수들을 선발하기 위해 로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③퇴출효과는 = 북한은 식당 수입금을 대부분 고려항공 조종사나 기차, 외교행낭 등 현찰로 들여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없다. 다만, 식당 숫자나 규모, 매출등을 고려하면 연간 1000만 달러(약114억 6000만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주 고객인 한국인들이 발길을 끊고, 큰 손 역할을 했던 중국 간부들의 출입 금지령(지난해 초)이 내리며 수입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일부 종업원들은 한복 대신 체육복을 입고 서비스를 한다”며 “지난해에만 10여곳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미 북한 식당의 외화수입이 내리막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중국이 사향산업으로 변한 중국 식당을 퇴출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뒷문을 열어주는 풍선효과식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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