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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편의점서 도둑질한 17세 여고생 감싼 천종호 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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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쉐어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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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사법형 그룹홈'을 만들어 청소년을 도와준 천종호 판사의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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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소셜기부 플랫폼 '쉐어앤케어'는 위기 가정의 청소년들을 돕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하며 한 여고생이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전했다.

17살 지연이(가명)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와 살다가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새어머니와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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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연이는 새어머니의 냉대와 폭언에 결국 가출을 선택했다.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었던 지연이는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훔쳤다.

지연이는 법정에서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다행히 생계형 범죄로 주위가 낮아 보호처분을 받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가족의 냉대로 다시 거리로 나올 지연이를 사법형 그룹홈이 따뜻하게 반겨줬다.

그러나 지연이 같은 아이들은 보호처분이 끝나도 가정 내 구타, 성추행,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로 곧 다시 방황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둥지회복센터 임윤택 목사는 보호처분이 끝나도 가정형태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집을 만들기로 했다.

[사진 쉐어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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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와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게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 '날개하우스'란 이름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아이들을 맞이하기에 집 안은 너무나도 미흡했다.

그리고 쉐어앤케어는 날개하우스를 위해 양질의 가구를 선물하고자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고, 3일 만에 1051명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 후원이 성공했다고 전했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힘쓰는 임 목사는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벌만 받을 수는 없죠. 다시 함께 살아야 합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돼 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을 품어 되돌리는 일을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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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회복센터 '사법형 그룹홈'은 법에 따라 처벌하는 '사법(司法)'이 단순히 법정에서 뿐만 아니라 공동생활을 하는 '그룹홈'에서도 함께 이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충격으로 소년법을 폐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관심이 더 높아진 곳이다. 소년범의 교정과 예방이라는 쉽지 않은 문제의 대안을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법형 그룹홈에는 보호자 감호위탁(소년법상 보호처분 1호)을 받은 19세 미만 소년범 중 일부가 6개월을 지낸다. 이는 2010년 창원지법에 근무하던 천종호(현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법원 위탁을 받은 민간인이 운영하고 법원은 운영비를 지원한다. 부족한 운영비는 사비로 충당한다. 천종호 판사는 자신의 책 인세 6800만원을 사법형 그룹홈에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천종호(52) 부장판사가 '사법형 그룹홈'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2일, 천종호(52) 부장판사가 '사법형 그룹홈'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산시 금정구에 있는 청소년회복센터 '둥지'는 여성 청소년을 위한 사법형 그룹홈이다. 천 판사의 제안을 받아 2014년 4월부터 임윤택(49) 목사 부부가 시작했다. 둥지에는 8~10명의 16~17세 여성 청소년들이 거주한다.

‘사법형 그룹홈’인 둥지청소년회복센터에서 아빠로 불리는 임윤택 목사가 청소년들과 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사법형 그룹홈’인 둥지청소년회복센터에서 아빠로 불리는 임윤택 목사가 청소년들과 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이들은 임 목사 부부를 '아빠·엄마'라고 부른다. 임 목사는 "폭행·사기·절도와 성매매를 저지른 아이들이다. 대부분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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