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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함흥서 미사일연료 생산한 정황 … 사실 땐 대북 원유제한 효과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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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이미 함흥에서 미사일 연료를 자체 생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연구팀이 북 연구논문 발견 #화학공장 옆 수상한 폐수 웅덩이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도 찾아내

해당 물질은 액체 연료인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이다. UDMH는 2012년과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됐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10월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부 메모에서 북한이 UDMH로 추진하는 미사일 엔진을 구매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 연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NYT에 따르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화학과 화학공학(Chemical and Chemical Engineering)’이라는 북한의 과학저널에서 연료와 관련해 언급한 고도의 기술 논문들을 찾아냈다. 이 연구소는 해당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UDMH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구소에 따르면 2013~2016년 작성된 북한의 논문들은 언뜻 보기에는 독성이 있는 폐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 원론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지식을 교묘하게 담고 있다. 루이스 연구원은 “논문 내용을 보면 추측이나 초기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면서 UDMH 연구가 상당 기간 진행된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논문 저자의 이름을 북한의 화학 관련 연구 목록과 일일이 대조해 저자 중 한 명인 차석봉이 함흥에 있는 한 화학섬유 공장에서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을 확인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이 ‘주체 섬유’라고 부르는 싸구려 비닐론을 생산하는 공장에 고도의 교육을 받은 핵연료 전문가가 근무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이 공장에서 UDMH가 비밀리에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연구팀은 또 위성사진에서 해당 공장에서 흔치 않은 폐수 웅덩이 2개를 발견했다. 이는 UDMH 표준 생산방법과 부합하는 한편 논문에서 설명한 폐수 처리방법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 공장에 수차례 방문한 사실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어떻게 비밀리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연료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루이스 연구원은 외부 분석가들이 북한을 너무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북한에서 탈출한 고청송씨는 2001년 쓴 책에서 함흥이 군사용 화학물질 비밀 개발의 중심지라고 밝힌 바 있다.

UDMH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 한번 주입하면 1주일가량 발사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미사일 1발에 30분이면 연료를 모두 주입할 수 있어 기동성을 갖추기 용이하다. 하지만 1g만으로도 1㎦ 의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그 영향은 20~30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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