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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야 안전 vs 커야 보인다 … 드론 레이싱 ‘크기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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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500급 레이싱 드론. [중앙포토]

500급 레이싱 드론. [중앙포토]

출입문이 열리자 젊은이들이 전철에서 우르르 내렸다. 그 중엔 배낭에 레이싱 드론을 매단 이들도 많았다. 이달 초 국제항공연맹(FAI) 주최 ‘제1회 국제드론컨퍼런스·엑스포’가 열린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앞 전철역 풍경이다.

FAI 드론엑스포 표준화 선점 경쟁 #축간길이 250㎜, 500㎜ 등 다양 #브링크 회장 “한국이 리드해달라”

행사에선 드론 레이싱 대회가 함께 열렸다. 아이들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1905년 창립한 FAI는 항공기·열기구·낙하산·모형항공기·행글라이더 등 항공과 관련한 스포츠를 총괄하는 국제기구다. FAI도 드론의 급성장세에 주목하며 ‘연고권’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

레이싱 경기장은 로잔공대 롤렉스 러닝센터 앞 공터에 마련됐다. 관중 보호용 그물이 쳐졌고 기문 등 레이싱 코스가 마련됐다. 본부석 한쪽에선 출전선수들이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고글을 착용한 채 무선 조종장치로 드론을 조종했다. 다른 한쪽에선 대기 선수들이 장비를 테스트하거나 경기를 지켜봤다. 드론은 날카로운 모터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너무 빨리 날다가 기문을 놓친 드론이 급선회했다. 미처 정지하지 못한 드론은 바닥에 처박혔다. 특히 청소년과 아이들은 드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속도는 빠른데 기체가 너무 작았다. 이번 대회 출전기종은 250급(프로펠러 축간 대각길이 250mm)이다. 현재 대부분이 이 기종 대회다.

스위스 로잔연합공과대학에 설치된 드론 레이싱 경기장. [중앙포토]

스위스 로잔연합공과대학에 설치된 드론 레이싱 경기장. [중앙포토]

인 행사장 옆에선 드론 (레이싱) 관련 업체들이 부스를 열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역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린 곳은 세계 1위 드론 제작사인 DJI 부스였다. 신제품 ‘매빅 프로 플래티넘’ 홍보가 한창이었다. 행사장 한 쪽 시연장에서 거친 모터소리가 터져나왔다. 레이싱 드론 치고는 꽤 컸다. 호주업체인 ‘프리덤’의 500급(축간길이 500mm) 드론이었다. 확실히 눈에 잘 띄었다. 이 업체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크리스 발라드는 “내년 FAI 세계선수권 때 500급 데모 경기가 열릴 예정”이라며 “시각·청각적으로 250급보다 경쟁력 있고, F1머신처럼 기체에 랩핑광고를 할 수 있어 스폰서십 유치에도 유리하다”고 자랑했다.

드론 레이싱은 선수가 FPV 고글을 쓴 채 드론이 보낸 가상현실(VR) 영상을 보며 무선조종장비로 경기한다. 드론만 없다면 e스포츠를 하는 모양새다. 영상송수신 장비업체 중 선도기업인 이머전RC는 드론 없이 레이싱을 시뮬레이션 하는 프로그램과 장비를 선보였다. 드론의 크기를 키우려는 ‘프리덤’과는 지향하는 방향이 부딪혔다. 실제로 이 회사 창립자인 앤써니 케이크는 컨퍼런스에서 “700g 짜리 드론이 10kg 짜리 드론보다 안전하다”며 “드론 레이싱을 e스포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업체들이 표준화 되지 않은 드론 레이싱 시장에서 유리한 쪽으로 표준화 하기 위해 FAI와 각국 참석자들을 설득했다.

한국은 드론 레이싱 분야에서 강자로 꼽힌다. 실제로 김민찬(KT)은 세계정상급 레이서다. ‘프리덤’의 발라드 디렉터는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드론 레이싱에 관심을 갖고 있어 부럽다”며 “한국 측과 제휴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국제 드론 레이싱 대회를 열었던 강원도는 다음달 27~29일 영월군에서 제2회 대회와 관련 컨퍼런스를 연다. 프리츠 브링크 FAI 회장 “한국은 드론레이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스포츠 마인드를 갖춘 나라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리드해주면 FAI는 기쁘게 협력하겠다”며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직후 드론 레이싱 대회를 연다고 하는데 올림픽 폐막식 참관을 겸해 그때 방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로잔=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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