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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벅스는 왜 페이들의 전쟁터가 되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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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벅스가 위챗페이에 이어 알리페이까지 품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모바일 페이먼트 격전지가 됐다.

중국에서 어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잘 나가는지 알고 싶다? 앞으로는 스타벅스 매장 카운터 근처에서 10분만 서성이며 사람들이 어떤 어플로 결제하는지 관찰하면 된다.

지난 25일 중국 1위 모바일 페이먼트 알리페이(즈푸바오)가 중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2800여 곳에서 알리페이 결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스타벅스는 세계 최대 모바일 결제시장 중국에서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더불어 유니온페이 퀵패스(银联云闪付), 애플페이 등 주류 모바일 페이먼트가 격돌하는 가장 뜨거운 격전지가 됐다.

이제 중국 스타벅스에서 중국 1, 2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셔터스톡]

이제 중국 스타벅스에서 중국 1, 2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셔터스톡]

사실 알리페이는 강력한 라이벌 위챗페이보다 9개월이나 늦게 스타벅스를 가맹점으로 끌어들였다.

위챗페이는 작년 12월부터 매장 내 결제는 물론 올해 상반기부터 '융싱숴(用星说, 스타벅스로 말해요)'라는 스타벅스 선불 충전/기프티콘 사업까지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다. 융싱숴는 위챗(웨이신)에서 출시 7주만에 거래 규모 120만건 돌파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대신 알리페이가 위챗페이보다 더 큰 권한을 누리고 있다.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약 2500곳에서만 결제를 지원하는 위챗페이와는 달리 알리페이는 중국 대륙은 물론 마카오, 말레이시아, 일본(도쿄 나리타 공항, 오사카 간사이 공항, 오키나와 나하 공항) 등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결제를 지원한다.

다시 말해 이제 전 세계 3200곳이 넘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더불어 알리페이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스타벅스에서 알리페이로 50위안(8600원) 이상 결제할 경우 다음 방문 때 쓸 수 있는 할인 쿠폰 5위안을 증정하고, 총 1000만 위안(약 17억원) 어치의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추첨을 통해 제공할 방침이다.

알리페이가 이렇게 적극적인 마케팅까지 해가며 스타벅스에 힘을 쏟는 이유가 뭘까?

스타벅스는 '미국 기업의 무덤'과도 같은 중국에서 잘 나가도 너~무 잘 나가는 카페 체인인 데다가(당연히 결제가 자주 일어난다), 전 세계에 매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분포도.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베이징 순으로 매장이 많다. [사진 www.jiagle.com]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분포도.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베이징 순으로 매장이 많다. [사진 www.jiagle.com]

수치로 한 번 볼까.

지난해 중국에서 오픈한 스타벅스 매장만 500곳 이상에 육박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스타벅스 매장이 1.4곳씩 생겨났다는 뜻이다. 스타벅스의 회계 2분기(2017년 1~3월) 실적을 보면 글로벌/미국 시장 매출은 3% 증가에 그친 반면, 중국 매출 증가율은 7%에 달했다.

연말에는 상하이에 843평 규모의 초대형 스타벅스 매장도 생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이 매장이 상하이 디즈니랜드보다 중국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더불어 스타벅스는 지난 7월 중국 내 모든 매장 운영권 100%를 현지 합자사로부터 13억달러(약 1조 4808억원)에 확보하면서 2021년까지 매장을 50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 모바일 페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 중국 소비 시장을 얻는다?

스타벅스는 중국 모바일 페이먼트 전쟁의 축소판 그 자체다. 스타벅스 고객은 중국에서 가장 활발히 소비하는 계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토킹데이터(TalkingData)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주고객층은 남성(58.3%), 그중에서도 80허우(80년대생) 남성이며, 주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같은 소득 수준이 높은 1선 대도시나 장강 삼각주 지역에 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맛집 탐방, 부동산, 헬스케어, 뷰티, 여행, 자동차 서비스, SNS, 인터넷 쇼핑,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자신을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연다.

2016 중국 제3자 모바일 결제업체 시장 점유율. 알리페이(52.3%), 텐페이/위챗페이(33.7%), 라카라(2.7%) 등 순. [사진 빅데이터리서치]

2016 중국 제3자 모바일 결제업체 시장 점유율. 알리페이(52.3%), 텐페이/위챗페이(33.7%), 라카라(2.7%) 등 순. [사진 빅데이터리서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재방문율이 높은 스타벅스에서 특정 모바일 페이로 결제하는 습관이 한 번 형성되면 다른 곳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모바일 페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제 습관은 웬만해선 고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민일보, 인민대학교 금융 연구원, 텐센트가 지난 7월 공동 발표한 '2017 스마트 라이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0%가 현금 100위안(약 1만 8000원) 이하를 소지한 채 외출하며, 응답자의 52% 정도는 월수입의 20%만 현금으로 결제하고 나머지 80%는 모바일 페이로 결제한다고 밝혔다.

모바일로 자주 결제하는 사람은 다시 현금 결제로 돌아가기 힘든 것처럼, A라는 모바일 페이먼트로 자주 결제하는 사람은 할인 같은 특별한 혜택이 없다면 B, C, D 등 다른 모바일 페이먼트를 의식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는 알리페이가 이를 갈고(?) 스타벅스를 집중 공략하는 배경으로 설명된다. 중국 모바일 페이먼트의 가장 뜨거운 격전장 스타벅스, 그곳에서 과연 어떤 업체가 마지막에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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