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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만든 노래가 1위 해 신기 … 아이유 덕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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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병우는 “기타를 연주할 때도 항상 논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진 PRM]

이병우는 “기타를 연주할 때도 항상 논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진 PRM]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이 들리는 노래. 지난 18일 공개 이후 열흘째 음원사이트 1위를 지키고 있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1991년 양희은이 발표한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이 곡의 원 작사·작곡자가 바로 기타리스트 이병우(52)다.

기타리스트 겸 음악감독 이병우 #양희은·조동진서 아이유까지 소통 #영화음악 잠시 쉬고 내달 콘서트 #“안 지겹게 종합선물세트 꾸밀 것”

다음 달 20~21일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기타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를 앞두고 서울 정동에서 만난 이병우는 “유학 가기 전 23살 때 만든 노래인데 지금 1위를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그때는 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마흔이 된 양희은씨에게 보다 낮고 원숙하게 부르길 권했는데 아이유는 정반대로 20대 감성이 녹아 있어 서로 다른 노래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양희은에서 아이유까지를 작업 파트너로 아우르는 이병우는 1986년 조동익과 함께 ‘어떤날’로 데뷔해 국내 기타 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독주 앨범을 내는 등 전방위로 활동해왔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졸업했고 영화음악 감독, 성신여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 등 직함만 해도 여러 개다.

지난달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난 ‘포크록의 대부’ 조동진과도 각별한 사이였던 그는 조동진이 준비하던 연주앨범에 대해 내지 말라고 반대한 사실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행복한 사람’ ‘겨울비’ 등 원곡이 정말 좋잖아요. 목소리와 가사가 없으니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그러면 안 됐는데. 너무 건방졌죠. 스무살 때부터 그 집에 놀러 가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연습 끝나면 낚시도 데려가 주던 저희 큰형님인데. 아쉬울 뿐이에요.”

다양한 활동을 펴던 그가 다시 기타에 전념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기타를 한창 칠 때는 운동선수처럼 근육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는데 걸핏 하면 밤새가며 영화음악만 하다 보니 가끔 하는 공연조차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기타로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생각에, 많을 땐 1년에 5편씩 하던 영화음악도 2014년 ‘국제시장’을 끝으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관객들이 100분 동안 연주곡만 듣다 보면 아무래도 지겨워 하거든요. 아무리 클래식·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로 바꿔가며 연주해도 ‘스캔들’ OST가 나오면 박수 소리가 더 커져요. 아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종합선물세트처럼 꾸며봤습니다.” 지난해 13년 만에 발매한 6집 기타 솔로 앨범도 ‘첫 번째 비행’으로 시작해 ‘애국가’로 끝날 정도로 다양한 트랙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는 “제가 원래 좀 중구난방”이라며 웃었다.

이병우는 기타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곡을 완성하고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연습하다보니 인내심과 함께 이상한 집착이 생기더라고요. 한때는 기타 줄마다 다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제가 다르게 연주하면 된다는 걸 알기에 그냥 남아서 굴러다니는 걸 씁니다. 결국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가 언제 1위에 이름을 올려보겠어요. 지금이 가장 행복할 따름입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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