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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총기 사고 부대 전역자 "원래부터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곳"

중앙일보

입력

지난 26일 육군 철원 6사단 소속 A 일병이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부대 복귀 중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진은 총탄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원 동송읍 금학산 인근 군부대 사격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26일 육군 철원 6사단 소속 A 일병이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부대 복귀 중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진은 총탄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원 동송읍 금학산 인근 군부대 사격장 모습. [연합뉴스]

강원도 철원 6사단에서 부대 복귀 중이던 A 일병이 총탄에 맞아 숨진 가운데 해당 부대 전역자가 "군 복무 할 때도 위험하다고 느끼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27일 자신을 철원 6사단에서 군 복무한 전역자라고 소개한 익명의 제보자 B씨는 중앙일보에 "총기사고가 났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찾아보니 동송읍 금악산 아래 이평리 사격장에서 난 사고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B씨에 따르면 해당 사격훈련장 뒤로는 사격장이 내려다보이는 길이 나 있다. 그는 "상식적으로 사격장 뒤에 길이 있으면 안 된다. 이 길을 지나다니면서 사고가 충분히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물론 사격훈련을 실시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길을 통제했었지만,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을 경우 얼마든지 총기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 B씨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사고가 일어난 날 사격장에서 통제를 제대로 했는지, 작업하고 돌아오던 부대가 통제를 따랐는지, 사격장과 통신을 제대로 했는지 등 작업 인솔자를 추궁해보면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북한군이 저격했을 가능성까지 나오길래 그건 아닌 것 같아 제보하는 것"이라며 "사격장 뒤로 가까운 길이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곳이었다"고 전했다.

A 일병의 유족들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유가족은 "현장을 가보니 사격장 바로 뒤에 도로가 있고 A 일병은 1~2사로 바로 뒤 도로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격할 때 도로를 지나간다면 누구든 변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관계자는 이동을 통제하는 경계병을 배치했다고 하는데 해당 병사는 '지시받은 적 없다. 도로를 통과하는 병사들에게 잘가라고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출입 통제표지도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A 일병은 지난 26일 오후 4시 10분쯤 진지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 중 도비탄(총에서 발사된 탄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탄에 의한 총상을 입어 군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오후 5시 22분쯤 사망했다. 사망 장소는 인근에 위치한 사격장과 약 40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육군은 사고와 관련해 부대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과실이 드러날 경우 엄정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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