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법관회의 대표 만나 '블랙리스트' 의견 수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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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58) 대법원장이 28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계기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측과 만난다. 대법원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의장인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한 10명 안팎의 관계자들과 28일 오후 대법원에서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8일 오후 이성복 법관회의 의장 등 면담 #블랙리스트·사법행정제도 개선 등 의견 수렴 #"법원행정처 물갈이 신호탄 아니냐" 전망도 #대법원 "법관 인사 계획 없다" 선 그어

이 자리에서 김 대법원장은 법관회의가 요구해온 법관회의 상설화, 인사제도 개선 등 사법행정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또 법관들의 성향을 분류해 관리한 자료로 알려진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법관회의 측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위해 재조사를 요구해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진상조사위원회도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생각이다. 이인복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았던 진상조사위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 모임을 축소하려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컴퓨터 등 저장 매체를 직접 조사하지 못해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간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해 재조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안다”며 “일정은 추석 연휴 이후에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휴가 끝난 뒤 법원행정처에 대한 물갈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첫 출근날(25일)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의향을 묻는 취재진에게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임기 때 먼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자들에 대해 인사 조처가 따르지 않겠냐는 게 법원 내부 일부 구성원들의 전망이다. 앞서 법관회의 측은 지난 6월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조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사권을 법관회의 산하 진상조사소위원회에 넘기고, 조사 방해자는 직무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관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법원행정처 내 주요 보직자들이 직무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 청사에 게양된 법원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에 게양된 법원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대법원은 “내년 2월 정기인사 전까지 법관인사 계획은 없다”며 이 같은 전망을 일축했다. 법원행정처 조직도 아직까지 조정 계획은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내년 1월에 바뀌는 대법관 2명의 인선 결과에 따라 소폭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신임 대법관 중 현직 판사가 발탁될 경우 그에 따른 후속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연휴가 끝난 뒤 후임 대법관 제청을 위한 인선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선 국민 천거 접수를 한 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제청 대상 후보 3~4배수를 정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11월 말까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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