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0억 실탄 확보한 케이뱅크, 주담대·대출재개로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심성훈 행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케이뱅크]

심성훈 행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케이뱅크]

"이달 말 1000억원을 증자하고 연말까지 약 1500억원을 추가로 증자할 계획입니다. 탄탄한 자본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케이뱅크 2.0을 열겠습니다."

케이뱅크가 칼을 갈고 나섰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올 하반기 경쟁력 강화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는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실탄을 채우는 작업이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1000억원 증자를 오늘 완료할 예정이며, MDM을 신규 주주사로 영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안에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까지 계획하고 있다.

MDM 신규 주주로 영입하고 #연내 1500억원 추가 증자 계획도 #자본금 부족과 카뱅 등장으로 위기 #고신용자 대출ㆍ이자장사 논란까지 #방카슈랑스 상품 출시 등 승부수 #1호 인터넷은행 ‘위상’ 회복할까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19개 주주사 중 다날 등 7곳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진통을 겪었다. 결국 1000억원 중 868억원 가량을 증자에 참여한 주주사들이 분담하고 나머지 금액은 사실상 케이뱅크를 이끌어온 KT가 전환주를 통해 채우는 ‘땜질 처방’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개발업체인 MDM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주주가 기존 19개에서 20개로 늘어났다.

출범 5개월, 고난의 행군

케이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폭발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예대마진에 의존한 영업행태 등 ‘고인 물’로 평가받던 은행권의 지각변동을 이끌 메기가 등장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실제 지난 4월 3일 공식 영업을 시작한 지 하루만에 4만명의 고객이 가입했고, 영업 시작 100일차엔 고객 수가 4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폭발적인 수요가 오히려 문제가 됐다. 신용대출 신청이 급증하면서 여신 자산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케이뱅크는 지난 7월 대표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또 다른 메기, 카카오뱅크의 등장

카카오뱅크 출범식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출범식 [사진 카카오뱅크]

내우외환이었다. 케이뱅크가 자본금 부족과 은산분리 장벽에 막혀 주춤하는 사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뒤 불과 5일만에 가입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케이뱅크의 흥행을 뛰어넘는 ‘메가 히트’였다.

카카오뱅크는 증자 문제에서도 운신의 폭이 넓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은 금융사라는 특성상 은산분리의 제한을 받지 않는데다 자금 여력도 충분했다. 실제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달 27일 출범식에서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 규제에 맞춰 충분히 증자할 수 있다. 대출 중단 사태는 없다”고 밝혔다. 출범과 동시에 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자본금 부족이 현실화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케이뱅크 막아선 인가 ‘특혜 의혹’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전인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케이뱅크의 인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가 당시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의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금융당국의 특혜로 통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은행이 2015년 10월 케이뱅크 예비인가를 신청했을 때 직전 분기 BIS 자기자본 비율은 14.01%로 법상 요건인 ‘업종 평균치(14.08%)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3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도 케이뱅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로 비유하면 케이뱅크는 필수 요건인 입상 성적이 없는데도 체육특기자 전형에 합격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확한 진상을 규명한 뒤 은행법 규정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법에 따르면 거짓으로 인가를 받은 경우 6개월 기간 이내에 영업의 전부 정지를 명하거나 은행업 인가를 취소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은행법상 BIS 비율의 ‘업종 평균치 이상’을 따질 때 반드시 직전 분기를 기준으로 하라는 규정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금융당국의 주장대로 과거 3개년 평균 BIS 비율(우리은행 14.98%, 국내 은행 평균 14.13%)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케이뱅크의 인가 절차엔 문제가 없었다. 박광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토론회에 참석해 “법령에 시점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아 우리은행이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이를 해석해주는 절차를 밟았고 그에 따라 예비인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초심 잃었다”…도마 위에 오른 예대마진과 중신용자 외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 준비 과정과 공식 영업을 시작하면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 은행의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는 서민들을 포용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같은 ‘초심’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금 2조2530억원 중 신용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은 87.5%(금액 기준)에 달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인 78.2%보다 9.3%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곧장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고신용자 위주로만 영업을 해 왔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허가 당시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상품이 늘어날 것”이라던 금융위의 주장도 무색해졌다.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자 장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7~8월 예대금리차는 2.5%포인트를 기록했다. 매력적인 금리를 영업 전략으로 내세웠던 케이뱅크가 사실 은행권 중 가장 큰 수준의 예대 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75%포인트~1.96%포인트였다. 반면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예대금리차는 4월 3.09%포인트, 5월 2.94%포인트, 6월 2.68%포인트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는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대출 평균금리는 시중은행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지속됐지만, 지난 7월 신용대출 상품 '직장인K'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해 발생한 현상"이라며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주담대·대출재개로 하반기 ‘승부’

연이은 악재와 논란 속에도 케이뱅크는 경쟁력을 강화해 하반기에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잠정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다음달안에 재개하고 연내에 아파트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특히 아파트담보대출은 100%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케이뱅크 앱을 활용해 사진 촬영 및 스크래핑 등 비대면 수단을 통해 서류 제출을 끝낼 수 있도록 간편화한다. 주택담보대출에는 여신 쿼터제를 적용해 규모를 관리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신생 은행으로서 안정적인 지속성장을 위한 안전판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발 앞서가고 있는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는 ‘가는 길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카카오의 브랜드파워는 따라갈 수 없다. 우리는 고객 한 분에게 집중해 퍼스널뱅커(PB)처럼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향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카슈랑스에도 뛰어든다.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다양한 보험상품 비교설계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에 맞춰 대부분의 상품을 저가형 보장성, 환급률이 높은 저축보험 상품군으로 구성한다. 케이뱅크는 실거래 기반 운영점검을 마친 뒤 연내 방카슈랑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