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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용호 “미 전폭기 격추 권리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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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미국이 선전포고했다고 주장하면서 미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미 간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다.

북한 귀국 앞서 뉴욕서 기자회견 #“우리 지도부 오래가지 못한다며 #트럼프가 먼저 선전포고” 주장 #미국은 북한인 입국금지 조치

이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숙소인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지난 주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가 된다”며 “지금 유엔총회에 참가하는 성원국 대표단을 포함해서 전 세계는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편대가 북한 동해 쪽 국제공역까지 들어간 것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선전포고의 근거로 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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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 외무상은 “유엔헌장은 개별적 성원국들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올려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직원이 영어로 번역하면서 ‘격추(Shoot down)’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위적 대응에는 격추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은 채 NLL 근처를 비행하더라도 자위권을 발동한다고 밝힘으로써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조의 엄포로 경고한 것이다.

이 외무상은 마지막으로 “누가 더 오래 가는가는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존에프케네디(JFK)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정은의 미국에 대한 성명 발표의 연장선상이며 말로라도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북한·베네수엘라·차드 등 3개국을 입국제한·금지 대상국에 추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 연설에서 ‘깡패국가’로 지목한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모두 입국제한·금지국에 지정됐다. 다음달 18일 발효되는 수정 행정명령에는 기존에 지정된 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등 이슬람 6개국 중 수단이 빠지고 북한 등 3개국이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가장 큰 책무는 미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미 정부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정보 공유 측면에서도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이번 조치에서 국가별로 차등을 뒀다. 북한인의 경우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이민 또는 비이민 목적의 미국 입국이 전면 금지됐다. 반면에 자국민에 대한 안전 위협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된 베네수엘라의 경우 정부 공무원 및 그 직계가족에 대해서만 비이민 목적 관광 및 상용비자 발급을 중단시켰다. 이란의 경우에도 이민·비이민자 입국을 모두 제한했지만 유학생(F·M) 및 교환방문(J) 비자 소지자의 경우에는 입국을 허용하는 예외를 뒀다.

뉴욕·워싱턴=심재우·정효식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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