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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데이 항공기’ E-4B, 내부 모습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핵전쟁 등 국가 비상시에 미 대통령 등이 탑승해 공중지휘본부 역할을 맡아 ‘둠스데이(종말의 날) 항공기’라고 불리는 E-4B의 내부 영상이 공개됐다.

E-4B는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지휘부를 태우고 이들이 공중에서 핵전쟁을 지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E-4B 나이트워치(Nightwatch·야간감시)’를 타고 지난 2월 2일 한국을 찾았다. 당시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용한 비행기는 2009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할 당시 탑승했던 기종으로 보잉 747-200 제트기를 군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2일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 [로이터 뉴스1]

E-4B 제원 [중앙포토]
E-4B 내부
E-4B 안에 설치된 전화기.
E-4B에서는 100명 이상이 숙식할 수 있다.
E-4B 조종실

E-4B 안에는 국방장관 일행과 현역 공군인 승무원 45명가량 등 최대 112명까지 탈 수 있다. 작전회의실과 브리핑룸이 마련돼 있고 국방장관을 위한 스위트룸과 회의실도 있다. 대당 제작비가 2억5000만 달러(약 2820억원), 시간당 운용비는 16만 달러에 이른다.

비상사태에서도 전군에 명령을 정확·신속하게 내려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는 최첨단 통신 장비가 구축돼 있다. 핵탄두는 물론 자기파 폭탄의 전자기파(EMP) 공격에도 끄떡없도록 완벽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공중에서 급유받으면 3일 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핵 전쟁 시 지상의 통신 시스템이 파괴돼도 수중 핵잠수함, 인공위성 등 세계 전역의 미군과 즉각 연락할 수 있는 지휘통신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기체 꼬리 부분에는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수중 교신용 안테나가 장착됐다. 기체 상단 돔에는 위성통신용 안테나가 내장돼 있다.

E-4B는 미 본토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공중에서 핵전쟁 지휘통제본부로 기능한다. E-4B에 ‘나이트워치(Nightwatch)’,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E-4B에서는 100명 이상이 숙식할 수 있다. E-4B는 사이버 공격에 덜 취약하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기존 아날로그식 비행계기도 이용한다.  E-4B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달리 하늘을 나는 ‘전시상황실’이다. 핵전쟁 발발 후 며칠 동안 수십명의 군사 분석가, 전략가, 통신 전문가가 동승해 대통령을 보좌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타고 온 E-4B 항공기가 2일 오후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타고 온 E-4B 항공기가 2일 오후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현재 미 공군은 냉전 시대인 1970년대에 보잉 747기를 개량해 만든 E4-B를 모두 4대 보유하고 있다. 핵전쟁 등 위기 시에 언제든지 대통령 등 수뇌부를 분산 탑승시키고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늘 대기 중이다. E-4B는 냉전시대 내내 핵전쟁 경보 15분 안에 대통령을 탑승시키기 위해 워싱턴 인근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늘 비상대기했다.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 4대 가운데 한 대는 항상 대통령과 함께 움직이거나 대통령 인근에서 대기한다. 대통령이 미국 내에 있을 때 E-4B 한 대는 전략사령부가 자리잡은 네브래스카주 벨뷰 소재 오펏공군기지에서 대기한다. E-4B의 엔진은 언제든 대통령을 태울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 가동된다.

하지만 핵폭발에도 견딘다고 알려진 E-4B가 최근 토네이도에 파손돼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 있던 E4-B 항공기 2대가 갑자기 불어닥친 토네이도에 손상됐다.

당시 미 공군 대변인은 이번 회오리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경미하고 이미 회복 중이라며 E4-B 등은 주요 임무를 아무 지장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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