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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사례...캠퍼스에 세워지는 '평화의 소녀상'

중앙일보

입력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대 총학생회]

#1. 축제 기간(19~21일)인 지난 19일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주황색 어깨띠와 현수막을 든 대구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10여명이 모금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우리가 강요에 못이겨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두어야 합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후원자가 되어 주세요.. 동참 의사를 보이는 이들에겐 소녀상 건립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대 총학생회]

#2. 대구대 김선휘(26·스포츠레저학과 4년) 총학생회장은 지난 14일 대구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0)를 찾았다. 대학 축제 기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는 영상 제작을 위해 할머니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학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학생들이 찾아와줘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연말까지 대구대학교 내에 건립 목표로 학생들 모금 운동 #캠퍼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은 국내 첫 사례

대구대학교 학생들이 연말까지 캠퍼스 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키로 하고 모금운동에 나섰다. 전국 대학 캠퍼스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된 곳은 없다. 대구대에 소녀상이 들어서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현재 공원 등 국내·외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모두 58개다.

광명동굴 입구에 들어선 광명 평화의 소녀상과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 최모란 기자

광명동굴 입구에 들어선 광명 평화의 소녀상과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 최모란 기자

이렇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나서게 된 사연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사이판 북쪽 마피산을 찾았다. 마피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사이판에 있는 대구대 추모비. [사진 대구대]

사이판에 있는 대구대 추모비. [사진 대구대]

마피산 중턱 태평양 한국인 위령평화탑공원에는 해외희생 동포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대구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설립자인 고(故) 이영식 목사의 민족애를 기리기 위해 이 비를 세웠다.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강제로 징용되어 희생되신 동포들을 추모하고….'라는 글이 쓰인 추모비(가로·세로 2m)를 견학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시민들이 꽃을 가져다 놓았다. [중앙포토]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시민들이 꽃을 가져다 놓았다. [중앙포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수차례 투옥된 독립운동가인 이 목사는 1975년 괌을 찾았다가 한국 교포로부터 일본 징용으로 끌려와 희생된 5000여 명의 한국인 유해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 사이판과 티니안 정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티니안은 사이판에서 남쪽으로 5㎞ 떨어진 이웃 섬이다. 이들 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이 섬을 탈환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곳이다. 정글에 방치된 한국인 유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이 목사는 뜻이 있는 학자들과 2년여 사이판과 티니안 정글을 조사했다.

티니안 정글 일본인 묘지 부근에서 '조선인지묘(朝鮮人之墓)'라는 비석을 찾아냈다. 무덤 3기도 인근에서 발견했다. 이렇게 2년간 이 목사 등은 수천 구의 한국인 유해를 정글에서 발굴했다. 그러곤 봉환해 해외 동포의 안식을 위해 건립된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장했다.

홍덕률(60) 대구대 총장은 "이 목사는 1981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인류애·민족애 정신을 기려 추모비를 사이판 현지에 세우고, 매년 대학과 재단에서 사이판을 찾아가 추념행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직접 보고 알게 된 김준형 대구대 총대의원회 의장(23·부동산학과 4년)은 "사이판에서 희생된 동포 이야기를 듣는 내내 울분을 느꼈고,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총학생회·총대의원회 등 학생자치기구 학생들 중심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김선휘 대구대 총학생회장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그 동안 우리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자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에 대해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면서 "올해 안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자상 모형 살펴보는 강제징용노동자 18일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열린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추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징용노동자 구연철 옹이 노동자상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은 모금 및 서명 운동을 진행해 내년 5월 1일 부산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산=송봉근 기자

노동자상 모형 살펴보는 강제징용노동자 18일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열린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추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징용노동자 구연철 옹이 노동자상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은 모금 및 서명 운동을 진행해 내년 5월 1일 부산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산=송봉근 기자

한편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일제강점기 위안부 자료 등 2016~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된 안건에 대해 최종 심사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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