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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살피려 단 IP카메라 … 옷 갈아입는 모습까지 유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A씨(여)는 올해 무서운 일을 겪었다. 집 아파트에서 속이 비치는 얇은 속옷 차림으로 있던 자신의 모습이 거실 ‘IP(인터넷프로토콜) 카메라’에 촬영된 것이다. IP카메라가 해킹에 뚫리면서 어떤 공간보다 사생활이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집 안 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이다. B씨(여)는 피해 상황이 더 심하다. 집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나체 모습이 IP카메라에 담겼는데 고스란히 유출됐다.

해킹당하면 몰카가 되는 IP카메라 #경찰, 1402대 해킹한 13명 적발 #거실·안방 은밀한 사생활 훔쳐보고 #영상은 음란사이트에 유포하기도 #비밀번호 어렵게 하고 주기적 변경 #귀가 후엔 아예 렌즈 가려놔야

C씨(여)의 속옷 차림은 지난 4월 이후부터 도난 방지를 위해 설치한 의류 매장 IP카메라에 찍혔다. 매장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그대로 카메라 렌즈에 담긴 것이다. 이런 영상은 음란 인터넷 사이트까지 흘러 들어가 제3의 피해를 초래한 사실이 최근 경찰 수사에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사람의 집 안에 설치된 IP카메라를 해킹해 범죄자가 유출한 영상.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다른 사람의 집 안에 설치된 IP카메라를 해킹해 범죄자가 유출한 영상.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IP카메라를 해킹한 임모(23)씨 등 2명을 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구속하고, 전모(34)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IP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엿보거나 촬영한 영상을 음란 사이트에 올린 사람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임씨 등은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보안이 허술한 1402대의 IP카메라를 해킹한 뒤 여성의 사생활을 훔쳐 보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의 영상을 유포한 혐의다. 이들이 무단접속한 횟수는 2354건에 달했다. 13명이 140일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접속해야 하는 횟수다.

경찰은 몰래 촬영한 IP카메라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김모(22)씨 등 3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올해 초 음란 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IP카메라 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확인하고 역추적해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하지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라며 “영상 유포자 역시 성폭력범죄로 처벌돼 신상정보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보안업계에 따르면 IP카메라는 일종의 ‘네트워크 카메라’다. IP라 불리는 인터넷 주소를 할당받아 외부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원리다. IP가 노출되면 제3자의 접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보안이 취약한 중국산 저가 제품의 경우 특히 무방비라고 한다.

IP카메라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기존 폐쇄회로TV(CCTV)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고화질 영상을 촬영·전송할 수 있다. 촬영 각도 조정이나 특정 장면 확대도 가능하다. 저장 영상도 볼 수 있다.

이런 기능의 IP카메라는 해킹되는 순간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CCTV가 아니라 관음증을 유발하는 ‘몰래카메라’로 둔갑한다. IP카메라는 기존 CCTV보다 설치가 간편한 데다 2만~5만원대 저가형까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관련 시장도 점차 팽창하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도난 방지 목적이 아닌 집에 혼자 남은 반려동물을 살피는 용도로도 활용될 정도로 인기다.

특히 IP카메라가 확대 보급됨에 따라 보안 유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IP카메라 이용자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 중국 성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진 사실이 드러났다. “IP카메라가 스스로 움직였다”거나 “IP카메라 스피커 속에서 갑자기 낯선 소리가 들렸다”는 피해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에는 IP카메라 해킹 예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 보안 전문업체인 펜타시큐리티 한인수 이사는 “비밀번호를 어렵게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귀가하면 IP카메라를 끄거나 아예 렌즈를 가리는 것도 피해 예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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