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 폭로한 민변, 국정원 상대 명예훼손 소송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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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3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씨와 변호인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다. [중앙포토]

지난 2014년 3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사자 유우성씨와 변호인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다. [중앙포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조작 내막을 폭로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들에게 국가정보원이 "국기 문란 사안"이라며 조작 사실을 부인한 것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4단독 최용호 판사는 당시 유우성씨를 변호했던 민변 변호사 4명이 "국가기관인 국정원으로부터 명예를 훼손당했으니 국가는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19일 "1인당 3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2월 사건이 접수된 지 1년 7개월만에 내려진 법원의 첫 판단이다.

민변이 주장하고 법원이 인정한 명예훼손의 발단은 4년 전 벌어진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4월 민변은 "서울시 간첩사건은 국정원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자회견에 대동한 유우성씨의 여동생은 "국정원 조사에서 오빠가 간첩인 것처럼 유도했고 오빠의 형량을 낮춰준다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민변에서 문제삼은 것은 국정원이 당시 이에 반응해 언론사에 보낸 반박 자료의 내용이다. 국정원은 "변호사들이 여동생의 감성을 자극해 진술 번복을 교사한 것은 국기 문란 사안이다"면서 "조사 당시 회유나 협박을 통한 조작이 있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사들은 2015년 10월 대법원이 유씨의 간첩 혐의 무죄와 국정원 직원들의 조작 혐의 유죄를 확정하자 이듬해 2월 "국정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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