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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일본 애니 '너의 이름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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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영화 개봉을 위해 돈을 모은 뒤 흥행에 성공하면 수익금을 나눠주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무엇인가요.

국내 개봉 자금 온라인 통해 조달 #흥행 성공해 투자자들 수익률 80% #아이템 있지만 신용 없는 스타트업 #은행서 대출 못 받을 때 ‘돈 창구’ #크라우드 펀딩 업체 통해 투자하고 #주주·채권자 돼 배당금·이자

일본 애니 ‘너의 이름은’처럼 일반인 투자금 모으는 거죠”

A. 꿈속에서 몸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는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을 아시나요. 인간과 인간의 이어짐과 기억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올해 초 국내에서 개봉된 뒤 일본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누적 관객 수 363만6729명)을 세웠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대가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이 세운 기록(누적 관객 수 301만 명)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죠.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것은 흥행의 성공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의 개봉 자금이 독특한 방식으로 마련됐습니다. 영화 수입사인 미디어캐슬은 영화 배급과 마케팅 비용 1억5000만원을 온라인을 통해 일반투자자에게 모았습니다.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이용한 것이죠.

그렇다면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된 이유와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제품을 개발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사무실이나 공장 등을 빌리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돈 들어갈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니까요. 영화의 제작이나 개봉 등에도 자금이 필요하죠.

이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죠. 이런 것을 간접금융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것은 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입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등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죠.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하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돈을 빌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가진 스타트업( 신생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투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은 이유죠. 영화 제작이나 개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뜻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죠.

크라우드 펀딩은 이런 이들에게 새롭게 주목받는 자금 조달 방식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돈을 모으는 겁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처음에는 사업이 아닌 후원이나 기부를 위해 시작됐습니다. 사회적 공익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돈을 모은 것이죠.

이후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 대 개인 사이의 직거래 금융인 대출형(P2P)으로 발전했습니다. 개인사업자가 적은 액수의 돈을 빌린 뒤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것이죠.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영화 ‘너의 이름은’의 마케팅 비용 조달에 활용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지난해 1월 이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크라우드 펀딩 회사를 통해 투자자가 어떤 기업 또는 프로젝트의 주주나 채권자가 되는 방식이에요. 기업이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갚겠다고 약속하며 채무증권을 발행(채권형)하거나 기업의 주주로 지분을 갖게(주식형) 됩니다. 회사가 수익을 내면 주주에게 그에 상응하는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 내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대출형보다는 지분을 나눠주고 투자를 받는 것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죠.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해에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발행 규모는 166억원입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발행액은 163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죠.

이렇게 모인 자금은 기업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등에 쓰이고 있어요. 파도에너지를 연구하는 인진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4억5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영국 현지 법인 설립에 성공했고, 국내 최초의 수제 자동차 전문회사인 모헤닉게라지스는 3차례 펀딩으로 전남 영암 공장 건립 자금인 7억원을 모았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에 없던 기술이나 창업 아이템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을 다양화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은행에 돈을 맡겨둬도 높은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주식 시장의 성장 폭도 크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 위험이 따르기는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입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투자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에요. 와디즈가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6개월 만기로 기본금리 5%(표면금리 연 10%)를 주는 회사채 방식을 택했습니다. 관객 수 50만 명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 요건이었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났습니다. 연 환산 수익률은 80%에 이르며 영화 펀딩 사상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익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재미와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경우 영화 상영 극장을 확보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조건은 6개월 만기에 5% 확정금리로 손익분기점은 누적 관객 수 20만6700명이었습니다. 펀딩 개시한 지 26분 만에 투자자 184명으로부터 목표금액(2억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고 최종적으로 507명의 투자자에게서 4억8900만원의 돈을 모았습니다. 이 돈으로 극장을 확보해 개봉에 성공했고 누적 관객 185만4787명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도 위험이 따르는 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된 지난해 1월25일부터 올 6월 말까지 펀딩 성공률은 52%였습니다. 절반 가량은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죠. 때문에 정부는 투자 한도를 정해뒀습니다. 일반투자자는 한 기업에는 최대 200만원, 한 해에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한도에 맞게 적절한 투자를 한다면 수익과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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