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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사일 연료 차단 늦었나…자체 제조 가능성 우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돈 줄’ 뿐 아니라 미사일 연료로 사용되는 핵심 물질을 차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북 미사일에 사용되고 있는 UDMH(비대칭 디메틸하이드라진)를 중국과 러시아가 제공하고 있는지 추적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DMH는 러시아ㆍ중국에서 주로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하는 액체연료로 폭발성이 강하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민주ㆍ매서추세츠)는 NYT에 “만약 북한이 UDMH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미국을 (미사일로) 위협할 수 없다”면서 “정보 당국은 어떤 국가들로부터 북한이 UDMH를 받는지, 비축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UDMH를 공급하는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기도 했다.

미 정부, 북한 미사일 액체 연료 중ㆍ러서 제공 의심 # 공급 끊긴 상태라면 자체 제조능력 갖췄을수도 # 폭발ㆍ오염성 강한데 미사일 옆에서 김정은 담배 피우기도

NYT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유엔 안보리 수출 금지 품목에 UDMH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감시받지 못했다. 지난 2008년 10월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부 메모에서 북한이 UDMH로 추진하는 미사일 엔진을 구매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미사일 전문가 마이클 엘리먼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그 어떤 나라도 북한처럼 짧은 시간 내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발전시킨 사례가 없다”면서 “북한이 해외에서 신형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화성-12형’ IRBM과 ‘화성-14형’ ICBM의 발사 장면을 분석한 결과 여기에 장착한 액체연료 로켓엔진이 구소련제 ‘RD-250’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엘리먼 연구원은 이 액체연료 로켓엔진 제조사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있는 ‘유즈마슈’로 구소련 때부터 2014년까지 해당 로켓엔진을 제조해 러시아에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부터 UDMH가 들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옛 소련의 액체연료 엔진인 RD-250(왼쪽)과 북한의 백두 엔진. [사진 IISS 마이클 엘먼]

옛 소련의 액체연료 엔진인 RD-250(왼쪽)과 북한의 백두 엔진. [사진 IISS 마이클 엘먼]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이 이 물질을 자체 제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UDMH에 관한 저서를 집필한 에크하르트 슈미트는 NYT에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공급이 끊긴 상태라면 북한이 UDMH의 생산 방법을 배웠을 것이라게 나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은 “UDMH를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밖에 없는데 북한이 대량 생산ㆍ정제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과거 액체연료인 UDMH를 사용했던 미국 ICBM 타이탄-II가 지하 미사일 격납고에서 발사되는 모습. [중앙포토]

과거 액체연료인 UDMH를 사용했던 미국 ICBM 타이탄-II가 지하 미사일 격납고에서 발사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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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MH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서 한번 주입하면 1주일 가량 발사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미사일 1발에 30분이면 연료를 모두 주입할 수 있어 기동성을 갖추기 용이하다. 하지만 UNMH 1g만으로도  1㎦의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그 영향은 20~30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9월 미국 아칸소주 다마스쿠스의 지하 미사일 격납고에 있던 타이탄-II ICBM이 정비작업 도중 폭발해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군은 액체연료 ICBM을 다 버리고 고체연료 ICBM만을 운용하고 있다.
이런 위험에도 불고하고 지난 7월 4일 북한이 화성-14형 발사했을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전문가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외교안보 전문 잡지인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의 앤킷 팬더가 이 장면을 트위터에 올리자 “주유구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격”이라는 지적들이 나왔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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