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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회 등 시국사건 6건 … 검찰, 첫 직권 재심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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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문과 조작 등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드러난 과거 공안 사건에 대해 검찰이 피해자를 대신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권익환 검사장)는 17일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일부 시국 사건을 재점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 검찰 인권보장 책무 못했다” #60~80년대 고문·조작사건 점검 #피해자 대신해 법원에 내기로

재심 청구 대상 사건은 태영호 납북 사건, 아람회 사건,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등 6건이다. 2006년 5월 출범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재심을 권고한 73건 중 일부다. 2008~2011년 사이 공동피고인들이 재심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일부 피해자가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종결되지 않은 사건들을 선별했다.

태영호 납북 사건은 1968년 연평도 근처에서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태영호 어부들이 경찰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사건이다.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2006년 일부 피해자와 유족의 진실 규명 요구가 받아들여져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재심 청구는 당시 재심에 참여하지 않았던 피해자 박모씨에 대해서다.

전두환 정권 때 대표적인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아람회’ 사건도 이번에 재심 청구 대상이다. 81년 5월 현역 군인인 김난수 대위의 딸 아람양 백일잔치에 참석했던 교사와 경찰, 검찰 직원, 회사원 등이 반국가단체 ‘아람회’를 결성했다는 군 검찰의 발표로 시작된 용공조작 사건이다. 이들은 장기간 불법 구금과 고문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2009년 5월 시작된 재심에 피해자 12명 중 7명이 참여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박정희 정권 때 반국가단체인 ‘남조선해방전략당’을 구성해 활동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 등 중형 선고를 받았던 피해자 4명도 이번에 검찰의 도움을 받아 명예회복에 나선다. 사형 선고 등을 받았던 다른 피해자 8명은 2015년 9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 밖에 61년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가 남북 통일을 위한 학생회담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피해자 강모씨 등 3명, 80년대 초반 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던 피해자 박모씨 등 2명에 대한 재심 청구도 이번에 이뤄진다.

대검 관계자는 “아직 재심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 12건 있다”며 “우선 재심 청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6건 이외 사건도 차차 재심 청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검찰이 스스로 재심 청구를 결정한 건 사상 처음으로 지난달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 시국 사건의 적법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문 총장은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권 재심청구 계획을 구두보고했다고 한다. 이후 대검 공안부에 ‘직권 재심청구 태스크포스’(팀장 이수권 공안기획관)가 구성됐다.

검찰은 앞으로 국가 배상 소송의 상소 심의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준비 중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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