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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등 맞으며 피아노 배웠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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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 초 최연소 감독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6관왕의 대기록을 쓴 영화 ‘라라랜드’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남달랐다. 350만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한 달 만에 OST 2만장이 팔려나갔다. 다음달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축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에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32·사진)가 내한한다. 영화 전편을 관람하며 음악이 나올 때마다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지는 필름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다.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허위츠 #내달 잠실서 OST 라이브 콘서트 #“영화 만들며 재즈의 마법에 빠져 #EDM 등 새 스타일 음악 선보일 것”

e메일 인터뷰로 미리 만난 허위츠는 영화감독 데이미언 셔젤(32)과 자신을 일컬어 “꿈을 이룬 몽상가들”이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은 셔젤의 데뷔작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린’부터 ‘위플래쉬’ ‘라라랜드’까지 남다른 궁합을 자랑하는 사이다. 허위츠는 “처음 ‘라라랜드’를 만들고자 마음먹었을 때 ‘쉘부르의 우산’이나 ‘로슈포르의 연인들’ 같은 명화를 보며 언젠가 우리도 스크린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줄 수 있길 소망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작업한 영화들을 통해 사람들이 재즈를 찾아 듣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하버드 재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셔젤을 만나기 전까지는 재즈에 문외한이었다. 클래식을 전공한 그가 작곡하던 곡은 주로 현악 4중주나 푸가 같은 전통적 방식이었다. 그는 “셔젤과 첫 영화를 하면서 처음 재즈를 정식으로 공부했다”며 “영화를 위해 섭외한 버클리 재즈 뮤지션들이 즉흥 연주와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모습에 매료돼 그날 이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한 이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음악을 만드는 데 골몰했다. 그는 “우리 둘 다 초기 아이디어를 내거나 방향을 잡을 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허위츠는 피아노 앞, 셔젤은 노트북 앞에서 서로 공감하는 멜로디가 탄생할 때까지 토론을 거듭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사진 판씨네마]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사진 판씨네마]

6세부터 피아노를 배운 허위츠는 항상 그 후에 다른 악기와 오케스트레이션을 추가한다고 전했다. 작가 아버지와 발레리나 어머니 사이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누나와 함께 자란 그는 “‘위플래쉬’의 플렛처(J K 시몬스)처럼 무서운 선생님은 없었지만 피아노를 치다 틀리면 자로 등을 맞곤 했다”며 “어린 마음에 그만두고 싶다가도 스포츠를 하면 더 힘들 것 같아 계속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두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두 사람이 트럼펫·드럼·피아노를 적극 활용한 영화를 만들어온 탓에 팬들 사이에서는 “다음 영화는 콘트라베이스”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대해 허위츠는 “당분간 재즈 영화를 만들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이제껏 해왔던 음악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전기를 다룬 ‘퍼스트 맨’을 내년 개봉할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허위츠는 “이전 작품처럼 꿈을 꾸며, 그를 위해 치러야할 대가와 희생에 관한 이야기”라며 “EDM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 6월 한국에서 선보인 ‘라라랜드 인 콘서트’와는 전혀 다른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해당 공연은 첫 월드투어의 기대감과 달리 오리지널 연주자들이 빠진 현지 단원들의 미숙한 진행으로 원성을 샀다. “이번엔 실제 OST를 연주한 피아노·트럼펫·베이스·드럼·색소폰·기타 연주자가 모두 함께 내한할 예정”이라며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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